베이킹을 하는건지 실험을 하는건지
- 1일 전
- 4분 분량
이 기사가 올라갈 시점, KSA 전교생 모두가 적어도 한 번쯤은 화학 실험을 해보았으리라 믿는다. 용액을 일정 비율로 섞고, 용질을 녹이고, 열을 가하는 등 어마어마하게 넓은 화학 실험 범주 안에서 몇가지는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베이킹은 어떨까? 라면은 끓여 보았지만, 베이킹은 너무 큰 도전으로 다가왔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그래도 베이킹이라는 단어를 보고 밀가루, 우유, 버터, 계란, 설탕 등이 연상되고, 과학을 좋아한다면 이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분리되는 계란과 버터-유화
베이킹을 할 때, 특히 제과의 경우 버터와 계란은 거의 필수적으로 이용된다. 쿠키, 마들렌, 파운드케이크 등을 만들때 공통적으로 실온 버터를 풀고, 실온 계란은 3번에 나누어 섞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이때 이 '실온'이라는 단어가 매우 중요하다. 버터는 요리 분야에서 총 4가지 상태로 분류되는데, 차가운 고체, 실온의 크림같은 제형, 녹은 액체, 더 열을 가해 갈색으로 태운 형태이다. 버터는 약 20도~23도인 실온에서 부드럽게 풀리기 때문에 냉장고에서 막 꺼낸 버터는 사용하기 어렵다. 잘 풀린 버터에, 냉장고에 있던 계란을 섞어 넣으면 당황하게 될 것이다. 그 둘이 섞이지 않고 그림처럼 버터가 몽글몽글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재료의 온도가 다르면 입자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달라서 유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버터와 계란을 분리시킨 경험을 하고 난 후, 제과를 시작하기 전에 두 재료를 1시간 이상 충분히 꺼내놓는 루틴을 잡게 되었다.
가나슈-유화
계속해서 유화 이야기를 해 보겠다. 가나슈는 고체도 액체도 아닌, 부드럽고 끈적한 제형을 가지고 있다. 초콜릿 게이크의 표면에 발라져 있는 것이 바로 가나슈이다. 여러 곳에 사용될 수 있으며, 나는 파베초콜릿을 만들 때 처음 만들어 보았다. 재료는 두가지로, 고체 초콜릿과 생크림이다.


초콜릿을 중탕하여 녹인 뒤, 생크림을 조금씩 넣으며 섞어주면 된다. 처음에는 초콜릿이 분리된 버터처럼 겉돌며 덩어리지기 시작하여 매우 당황했다. 하지만 초콜릿이 안정화 될때까지 생크림을 조금씩 넣으며 열심히 저어주게 되면, 어느 순간 거짓말처럼 매끈하게 섞이게 된다. 이 결과물이 가나슈이며, 냉동실에 얼리면 부드러운 파베초콜릿이 된다. 생크림은 수분성 용매에 지방성 용질이 섞여있는 현태이기 때문에, 수분이 없는 초콜릿과 섞이지 않는다. 따라서 유화 과정이 필요한데, 사용되는 유화제는 초콜릿이 생산될 때 첨가된 레시틴 등이 작용한다.
초콜릿에는 물이 들어가있지 않지만, 설탕이 수분을 흡수해 서로 뭉칠 수 있기 때문에 공정 과정에서 레시틴이 첨가된다. 또한, 생크림에 들어있는 유화제도 작용될 수 있다.
생크림 휘핑-지방구

생크림은 크게 식물성, 동물성 두 종류가 있다. 식물성은 팜유 야자유 등 식물성 기름에 추가적인 물질을 넣어 모방한 크림이다. 말은 더 건강해 보일지 몰라도, 액체를 고체처럼 굳히기 위해 유화제가 많이 사용되며 트랜스지방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건강에 좋지 않다. 하지만 동물성 생크림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쉽게 상하지 않으며 모양도 잘 유지된다는 장점 때문에 많은 업체가 동물성 생크림과 일정 비율로 섞어 사용하고 있다. 흔히 보이는 스프레이 휘핑크림 또한 흔드는 것만으로도 안정적으로 휘핑되는 식물성 크림을 사용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유곽에 들어있는 생크림을 마트에서 구매하면, 우리가 평소 아는 몽글몽글한 모습과 다르게 액체로 담겨져있다. 그래서 휘핑기로 빠르게 휘핑해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분과 함께 존재하는 생크림은 30%이상이 유지방이지만, 지방구 구조를 띄고 있어 분리되지 않고 균일 혼합물로 존재할 수 있다. 이때 거품기로 충격을 주게 되면 지방구들이 응집되며 거품 주변으로 골격을 만들기 시작한다. 지방이 많을수록 더 단단한 골격이 만들어지며, 당이 첨가되면 크림 고체화를 도와주기도 한다.
머랭쿠키-시스테인 단백질 그물망

나는 생크림보다 계란흰자을 더 많이 휘핑해본 것 같다. 계란 흰자는 카스테라, 다쿠아즈, 제누아즈, 수플레, 머랭쿠기, 마카롱, 마시멜로우 등 다양한 디저트를 만드는 데에 이용된다.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폭신한 식감을 낼 수 있으며 휘핑 시간도 생크림과 비슷하게 걸린다.

계란 흰자에 있는 단백질이 강한 힘에 의해 풀리면서 수분 입자와 공기방울 사이로 엮어지며 그물망 구조를 이루게 된다. 흰자의 단백질 중 시스테인(cysteine)이라는 황을 포함한 단백질끼리 휘핑 과정에서 서로 가까워지면 티올기(-SH)에서 수소이온 하나가 빠져나가며 공유결합이 형성된다. 그래서 휘핑을 할 때 레몬즙을 넣어주면 수소이온이 대량 첨가되면서 구조를 형성하는 것을 방해한다. 따라서 과도하게 휘핑되는 것을 막아주어 안정적인 머랭을 형성할 수 있다.
설탕을 일정량 넣어주며 휘핑한 후, 예쁘게 짜 구우면 간단하게 머랭쿠키가 완성된다. 나는 처음에 120도 정도의 온도에서 몇 분을 구웠었는데, 갈색으로 변해서 구워져 나왔다. 어떻게 하면 색 변화 없이 그대로 구울 수 있을까 생각하며 레시피를 더 찾아보니 90-100도에서 1시간을 넘게 구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하니 마치 그대로 굳어 나온 것처럼 뽀얀 색을 유지하며 구워졌다. 베이킹은 화학 물질들처럼 온도에 매우 민감하고,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맛이나 식감, 색이 달라진다. 빵집마다 파는 빵의 특색이 다른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세 가지의 밀가루-글루텐


베이킹은 온도 뿐만이 아니라 반죽하는 시간까지도 통제되어야 한다. 특히 빵을 만들 때 사용하는 강력분에는 단백질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으며 반죽할 때마다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라는 두 단백질이 물과 만나 서로 결합하여 글루텐을 형성한다. 따라서 반죽을 더 많이 할수록 쫄깃하고 탄탄한 빵이 만들어진다. 박력분, 중력분, 강력분 순서대로 단백질 함량이 늘어나며, 박력분은 쿠키, 브라우니, 카스테라 등 뚝뚝 끊기는 디저트를 만들 때 사용된다.
저으면 안 돼..치즈, 탕후루 만들기
우유를 따듯하게 데우고, 식초나 레몬즙 등 산을 넣어 치즈를 만드는 과정은 유명하다. 계란 흰자를 휘핑하는 과정처럼 단백질이 산을 만나 응고되어 고체와 액체가 분리되는 것이다. 이때 산을 넣고 나서 건드리지 않아야 하는데, 자칫 저었다간 엉겨붙는 단백질들이 분리되고 떨어져 잘 뭉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하게 젓지 않아야 할 과정이 있다. 바로 설탕을 녹일때이다. 원리는 다르지만, 액체 상태의 설탕을 저으면 액체가 불안정해지면서 결정화가 일어나게 된다. 설탕은 하얗게 굳기 시작하고, 녹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젓다가 불순물이나 산소가 들어가게 되면, 그것은 감싸면서 결정화가 진행된다. 특히 탕후루 시럽을 만들 때에는 물, 물엿, 설탕 총 세가지 재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안정화를 위해 더더욱 가만히 두어야 한다. 모두 녹았을 때, 과일에 코팅해야 바삭한 식감의 탕후루를 만들 수 있다.


식품화학-분자요리
분자요리라는 단어는 일상에서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분자요리의 정의는 화학, 물리적 원리를 이용해 식품의 분자 구조를 바꾸어 새로운 맛과 식감을 창조해내는 요리 기법의 한 종류이다. 이렇게 정의를 들어보는 것보단, 예시와 사진을 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겉으로 보았을 때 어떤 맛일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는 점이 분자요리가 가지는 특징이자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이다. 우리 주변의 솜사탕, 팝콘도 분자요리에 속한다. 원래의 재료를 새로운 식감으로 재창조한 음식이기 떄문이다. 유명한 분자요리로는 알긴산 나트륨과 칼슘이온을 반응시켜 탱탱한 구슬을 만드는 기법, 레시틴을 사용해 거품을 만드는 기법 등이 있다.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는 여러가지 화학, 생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 직접 만들며 원리를 이해하면 유연한 과학적 사고방식과, 이 분야에 대한 관심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분자요리처럼 과학을 이용해 음식을 재창조하는 분야는 앞으로도 다양한 방법이 등장하며 성장할 것이다. 간단한 것이라도 흥미있게 읽은 대목이 있다면 집에서 도전해보며 베이킹에 대한 관심과 화학 실험같은 재미를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조유나 학생기자 | Chemistry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첨부 이미지 출처
[2] https://www.instagram.com/reel/DI6XhDRvMPX/
[5] https://m.hellobaking.com/product
[6] https://www.finelfc.com/622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