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계산하는 방법 : 적분
- 편집팀
- 2월 16일
- 6분 분량
이공학도라면 전공에 관계없이 기초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과목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과목이 바로 미적분학입니다. 실제로, 미적분학에서 배우는 극한, 수열의 수렴성은 이후 해석학에서 이어지는 논의의 기반이 됩니다. 미분은 최적화, 미분방정식 등 다양한 응용 분야로 이어지고, 적분은 확률, 수리물리를 비롯한 다양한 응용 분야의 기반이 됩니다. 즉, 어떤 전공에 관계없이 미적분학은 이학도의 학문적 여정에서 끊임없이 마주칠 과목입니다. 오늘은 이 중 적분에 관하여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우리에게 친숙한 리만 적분에서 시작하여, 더 많은 함수를 다루기 위해 설립된 르벡 적분을 지나 수많은 응용 분야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치적분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적분의 역사
수학의 개념을 이해함에 있어서 그 개념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은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그렇기에 우선 적분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미적분학이 등장하기 이전에도 적분의 개념은 사용되었습니다. 물론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수학적인 엄밀성은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원과 같은 도형의 넓이를 구하기 위해 넓이를 구할 수 있는 도형으로 쪼개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이러한 방법은 현대의 적분의 개념과 매우 유사한 형태입니다. 실제로 케플러와 갈릴레이는 이러한 원시적인 적분 방법을 통해 운동과 천문학에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적분은 뉴턴과 라이프니츠의 미적분학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라이프니츠는 적분을 무한소에 기반하여 정의를 했습니다. 그는 곡선 아래의 넓이를 구하기 위해 곡선을 작은 직사각형들의 합으로 분할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이는 현대의 리만 적분과 매우 유사합니다. 이후 코시 등 수많은 학자들이 극한과 미분을 비롯한 미적분학의 개념을 엄밀하게 정의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으며, 적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리만 적분, 르벡 적분 등 다양한 적분들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리만 적분
리만 적분은 베른하르트 리만(Bernhard Riemann)이 19세기 중반에 공식화한 적분의 엄밀한 정의입니다. 리만 적분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구간 [a.b]를 유한한 부분구간으로 분할합니다.
각 부분구간에서 함수의 최소값과 최대값을 구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한 합과 상한 합을 계산합니다.
만약 하한 합과 상한 합의 차이가 0에 수렴한다면 이 함수는 리만 적분 가능하며, 적분값은 상한 합과 하한 합의 극한값이 됩니다.
즉, 부분 구간을 적절히 조절하여, 상한 합과 하한 합의 차이를 임의의 실수보다 작게 설정할 수 있다면, 이 함수는 리만 적분 가능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는 고대에서 사용하던 적분의 개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리만 적분은 고대부터 사용하던 적분의 개념을 상한, 하한, 극한 이 3가지 개념을 통하여 엄밀하게 정의하는 과정입니다.

함수가 유계를 가지는 함수이며, 불연속점의 집합이 영집합이라면 이 함수는 리만 적분 가능합니다. 함수의 정의역이 유계 집합이며 연속이라면 이 함수는 필연적으로 유계를 가집니다. 그리고 만약 함수가 연속함수라면 불연속점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자명하게 불연속점의 집합이 영집합입니다. 그렇기에 정의역이 제한된 함수는 언제나 유계함수이면서 불연속점의 집합이 영집합이기에 항상 리만 적분 가능합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굉장히 큽니다. 우리가 자연현상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함수들은 연속적입니다. 예를 들어 속도 함수, 반응하는 화합물의 양-시간 함수 등등 대부분의 함수들이 연속적입니다. 즉, 자연계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함수들은 리만 적분만으로도 분석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리만 적분이 매우 강력한 방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리만 적분에는 한계점이 명확합니다. 리만 적분은 불연속점이 무한한 디리클레 함수 같은 함수에 대해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디리클레 함수란 유리수에 대하여 1로 정의되고, 무리수에 대하여 0으로 정의되는 함수입니다. 또한 함수열의 극한과 적분의 교환이 자유롭지 않다는 점 또한 리만 적분의 한계입니다. 이러한 리만 적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적분 방법이 바로 르베그 적분입니다.
르베그 적분
르베그 적분은 앙리 르베그가 고안한 적분 방법으로, 르베그 적분은 르베그 측도론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르베그 적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측도에 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 측도란 쉽게 이야기해 집합에 크기를 할당하는 함수입니다. 길이, 면적, 부피 등의 개념 또한 측도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1,2]라는 집합의 측도는 1인 것이죠. 르베그 측도는 이러한 길이 집합 외에도 더 복잡한 집합의 측도를 다룰 수 있습니다. 이때 르베그 측도는 위에서 이야기한 [1,2]와 같이 단순하게 계산할 수 있는 단순구간의 합집합을 이용하여 측도를 계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측도에서 시그마 가법성이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즉 쉽게 이야기해 [0,3]의 측도는 [0,1]의 측도와 [1,3]의 측도의 합으로 계산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르베그 적분에서 활용되는 측도론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이제부터 르베그 적분이 어떻게 정의되는지 알아봅시다. 르베그 적분은 리만 적분과 직관적으로 굉장히 유사하지만, 다소 다른 방법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르베그 적분은 리만 적분과 동일하게 구간을 분할하는 과정을 반복하여 함수의 적분값을 얻습니다. 하지만 그 분할 대상이 리만 적분과 다릅니다. 르베그 적분은 함숫값을 기준으로 분할하고, 적분값을 함숫값의 대표 값과 함숫값의 범위에 들어있는 점들의 집합의 측도의 곱의 합을 활용해 적분값을 정의합니다. 한마디로 리만 적분과 같은 과정을 함숫값에 대해서 시행했고, 곱하는 값이 구간의 길이에서 집합의 측도로 변했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이 결과 더 많은 함수들의 적분을 가능하게 하는데, 앞서 언급한 디리클레 함수 또한 적분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측도를 활용해 계산을 해보면 디리클레 함수의 르베그 적분값은 0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왜 르베그 적분이 필요할까요? 우선 앞서 보여드렸듯, 리만 적분에서는 적분할 수 없는 디리클레 함수 같은 함수의 적분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확률론에서도 매우 유용합니다. 확률론에서 사용되는 함수는 리만 적분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으며, 르베그 적분에서 측도가 0인 부분의 값은 적분값에서 고려할 필요가 없는데 이는 확률론에서 가산 무한 집합이 확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매우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르베그 적분은 극한에 대해 더 강한 성질을 가집니다. 리만 적분에서는 함부로 극한과 적분의 순서를 교환해서는 안 되지만, 르베그 적분에서는 지배 수렴 정리에 의하여 함수열이 수렴한다면 적분과 극한의 순서 교환이 자유롭습니다. 이는 푸리에 변환 등 급수 전개를 활용하는 경우 매우 편리한 정리입니다.
리만 적분과 르베그 적분 이후에도 르베그 적분을 바나흐 공간으로 확장한 보흐너 적분, 복소수에서의 적분을 다루는 컨투어 적분, 르베그-스틸체스 적분, 브라운 운동, 세미마틴게일 등 확률적 과정에서 활용되기 위해 고안된 이토 적분 등 다양한 적분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리만 적분과 르베그 적분이며 대부분의 다른 적분들은 르베그 적분과 리만 적분을 보다 일반화된 대상으로 확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수치 적분
리만 적분과 르베그 적분을 활용하면 많은 함수들을 정확하게 적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는 쉽게 적분할 수 없는 함수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위의 식들은 닫힌 형식으로 표현할 수 없는 대표적인 함수들입니다. 하지만 모양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듯, 이는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할 때 굉장히 자주 등장하는 함수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요? 정답은 수치 적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제부터 우리가 이러한 문제를 풀 때 자주 활용하는 수치 적분법에 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세상에는 매우 많은 수치적분 방법이 있으며, 각각의 특성이 전부 다릅니다. 가장 대표적인 3가지를 소개하자면, 직사각형 법칙, 사다리꼴 법칙, 심슨의 법칙이 있습니다. 직사각형 법칙은 우리가 리만 적분을 하듯 직사각형으로 함수를 무수히 많이 분할하여 근삿값을 얻는 것이고, 심슨의 법칙은 라그랑주의 다항식 보간법을 이용하여 이차 함수의 적분값에 함수의 적분값을 근사할 수 있습니다. 이 3가지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인 것은 심슨의 법칙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수치적으로 근삿값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오차를 줄일 수 있는가? 입니다. 분할 구간이 많아질수록 오차는 줄어들 것이 자명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분할 구간의 개수가 같을 때 오차를 더 잘 줄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죠. 각각의 오차를 이야기하자면, 직사각형 법칙은 오차가 분할 구간 길이에 비례, 사다리꼴 법칙은 구간 길이의 제곱에 비례, 심슨의 법칙은 구간 길이의 4제곱에 비례하기에 심슨의 법칙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함수의 개형에 따라서 효율적인 방법은 변할 수 있습니다. 적분 구간이 짧거나, 함수 자체가 적절한 경우 함수를 먼저 테일러 다항식으로 근사시키고 적분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중점 법칙, 가중치를 활용하는 가우스 르장드르 적분, 사다리꼴 법칙과 리처드슨 추정을 결합하여 오차를 제거할 수 있는 롬버그 적분, 적응적 구적법, 난수를 활용하는 몬테카를로 적분 등 다양한 적분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경우가 다릅니다. 몬테칼를로 적분은 차원의 수에 관계없이 오차가 나타나기 때문에 고차원의 데이터를 근사할 때 유리합니다. 롬버그 적분은 고차의 미분 가능한 함수에 대하여 매우 빠르게 수렴하는 것이 특징이고, 가우스-르장드르 적분의 경우 고차 다항식에서 매우 높은 정확도를 보입니다.

이러한 수치적분은 공학 및 과학 분야에서 매우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천문학에서 중력 법칙과 빛의 분포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공식에서 가우스-르장드르 적분을 활용하면 구면 대칭성을 이용하여 매우 정확한 적분값을 얻어낼 수 있고, 몬테카를로 적분을 활용하면 고차원 공간에서 입자 분포를 시뮬레이션할 때 매우 유용합니다. 이를 통해 질량 분포를 추정하여 은하의 구조와 그 형성 과정을 이해하고 우주론 모델을 검증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금융공학에서 옵션의 가격 결정을 다룰 때 확률 밀도 함수에 대한 적분을 수치적분으로 수행합니다. 이는 자산의 확률 분포가 매우 복잡하여 이에 대한 해석적인 해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때 몬테카를로 적분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의 속도를 높이거나, 확률 밀도 함수의 특성에 따라서 구간을 조절하는 과정을 통해 적응적 구적법으로 정확도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양자역학에서도 입자의 확률 밀도 함수의 적분에 사용됩니다. 이때 파동 함수가 복잡한 형태를 가져 해석적인 답을 도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파동 함수가 연속적이고 미분 가능하기에 심슨의 법칙을 활용하여 수치 적분을 진행할 경우 높은 정확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컴퓨터 그래픽스에서 광선의 추적이라든가 생물학에서 약물 동태를 모델링 할 때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마치며
세상의 모든 일은 무한히 작은 일들이 무한히 많이 모여서 이루어집니다. 이는 경제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물리학적인 현상일 수도 있으며, 수학적 이론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무한히 작은 일들을 해석하기 위한 도구가 바로 우리가 이야기하는 적분입니다. 그렇기에 적분은 미분과 함께 세상을 해석하는 중요한 도구로 불립니다. 저 역시 아직 배움이 부족한 학생이지만, 이 기사를 작성하며 생긴 적분에 대한 저의 간단한 생각을 전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이라면 지금까지 적분의 이론적인 측면에 집중해 공부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적분의 이론적 측면을 깊이 이해하는 것은 향후 해석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의 기초를 다지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적분은 단순히 이론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자연을 해석하는 데 사용되는 실질적인 도구입니다. 따라서 지금까지 배운 적분이 실제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왜 필요한지를 고민해 보는 것도 뜻깊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한편, 수학에 큰 관심이 없는 학생이라면 적분을 자신의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췄을지도 모릅니다. 이는 매우 실용적인 접근으로, 각자의 전공이나 관심 분야에 적분을 연결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적분의 성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이미 수학자들이 적분의 이론적 기반을 체계적으로 증명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내가 사용하는 적분의 이론적 기반은 무엇인가?", "이런 방식으로 변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할까?", "정말로 오차가 이 범위에 들어올까?"와 같은 질문을 던지며 고민하는 시간 또한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에게 적분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주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서준우 학생기자 | Math and Computer Sci.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Analysis 1&2 by Terence Tao
[2] Apostol Calculus volume 1&2 by Tom Apostol
[3] Numerical Mathematics and computing by Ward Cheney & David R. Kinc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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