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의 비밀을 파헤치다
- 편집팀
- 2월 16일
- 4분 분량
향긋한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 우리 몸의 생체 활동에 필요한 비타민 B12, 병원에서 사용되는 진통제인 헤로인과 모르핀. 이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물질들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전합성으로 합성된 화합물이라는 것입니다. 전합성이란 자연에서 발견되는 복잡한 천연 유기 화합물을 실험실에서 합성하는 것으로, 화합물을 동식물에서 직접 채취하는 것 대신, 단순하고 상업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질로부터 원하는 화합물을 얻어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전합성은 생물학적으로 활성화된 천연 물질을 단순한 물질로부터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얻어내는 것이기에 의학품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상업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분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복잡한 분자로 갈수록 분자가 반응하는 방법이 예상과 빗나가는 경우가 많고, 합성 조건이 조금만 바뀌어도 결과에 큰 차이가 생기는 경우가 여럿 존재하기에 전합성 과정은 화학 합성의 꽃, 정점으로 불리며 아직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전합성에 대해 알아보며 분자의 합성에 이르기까지 펼쳐지는 수많은 과정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전합성의 역사
전합성이란 개념이 존재하기도 전, 사람들은 유기 화합물은 생명체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생기론’을 믿었습니다. 이러한 화학계의 믿음을 깨뜨리고, 전합성의 서막을 연 사람이 19세기 초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뵐러입니다. 뷜러는 1828년 무기 화합물인 시안산암모시안산을 열처리하여 유기 화합물인 요소를 합성하였는데, 이는 유기 화합물이 실험실에서 생명체의 간섭 없이도 생성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입증하였습니다. 뒤이어 헤르만 콜베는 1845년, 매우 단순한 물질인 이산화탄소로부터 아세트산을 합성하여 자연계에 존재하는 유기 화합물의 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화학자들로 하여금 더 복잡한 천연물을 합성하고자 하는 열정에 불을 붙였고, 19세기 중반부터 수많은 화학자들이 다양한 분자를 합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 윌리엄 헨리 펄킨은은 타르에서 합성 염료인 몰브린을 합성해내며 전합성이 실험실을 넘어 상업적 분야로 확장되게 하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또한, 펠릭스 호프만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을 바탕으로 하여 아스피린으로 널리 알려진 아세틸살리실산을 합성에 성공하며 전합성이 의약학적 분야에도 첫걸음을 떼게 하였습니다.
20세기로 들어서며 화학자들의 화합물에 대한 지식이 확장되었고, 이는 전합성으로 만들어지는 화합물의 입체성을 고려하여 더욱 더 고차원적인 분자들의 합성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로버트 로빈슨은 모르핀을 비롯한 알칼로이드를 합성하며, 역합성분석을 처음으로 도입하였습니다. 역합성분석은 목표 화합물로부터 합성 단계를 거꾸로 밟아가며 어떠한 경로를 통해 목표 물질에 도달하였을지를 추론하는 과정으로 다양한 합성 과정을 발견하고, 구조를 단순화하여 전합성에 소요되는 자원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습니다.
20세기 중반에 들어서며 나타난 로버트 번스 우드워드는 전합성의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하였습니다. 그는 스테로이드 화합물의 합성에 성공하며 화합물의 입체 화학적 선택성의 완전한 제어를 실현시켰습니다. 또한, 클로로필의 합성으로 정밀한 전합성을 보인 뒤, 비타민 B12를 합성하였습니다. 비타민 B12는 존재하는 가장 복잡한 비타민으로 자연계에서도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이 한정되어있습니다. 그는 100여 단계에 달하는 복잡한 합성 경로를 거쳐 상업적으로 구할 수 있는 간단한 화합물로부터 비타민 B12의 합성에 성공하며 당시 전합성의 정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전합성의 발전에 힘입어 현재 전합성에 성공한 물질은 수백가지에 달하며 아스피린과 스테로이드를 비롯한 몇몇 물질은 의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상업적으로 합성되고 있습니다.

목표 물질을 위한 시련
그러나, 수많은 전합성 과정의 데이터가 지금까지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합성은 화학자들에게 가장 어려운 학문으로 꼽힙니다. 이는 전합성 과정에서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에서 기인합니다. 먼저 역합성 분석과 재현성의 어려움입니다. 역합성 분석은 목표 물질에 도달하기 위한 수백, 수천가지 가능성을 단순화여 높은 가능성을 지닌 반응 경로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전합성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분자로 갈수록 예측된 반응이 실제와 다른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설령 역합성 과정이 올바르더라도 온도나 농도 등 세부적인 요인이 달라지면 생성물 또한 목표하던 물질과 현저히 달라지기 때문에 역합성 분석의 난이도 또한 증가합니다. 또한, 역합성의 과정에서 필요한 시약이나 물질이 알려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자신이 그 물질을 발명하거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계별로 짧게는 수 일부터 길게는 수년까지 걸리고, 일반적으로 전합성 과정은 수십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기에 전합성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길을 긴 시간 동안 연구해야 합니다. 이에 굉장한 노력과 끈기, 창의성이 필요하며, 이는 전합성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또한, 합성에 성공하더라도 우연한 계기로 설정한 환경과 달라졌을 경우 재현성이 떨어지기에, 이를 검증하고 재현하기 위한 노력도 필수적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다음으로, 연구자들은 화합물을 합성한 후에도 수율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야만 합니다. 복잡한 천연물 종종 시작 물질이나 촉매로 잘 사용되지 않는 물질이 필요한데, 이는 합성 비용을 크게 증가시키며 상업적 가치를 매우 저하시킵니다. 이를 극복하고, 상업적으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높은 수율이 필수적으로 필요하지만, 전합성은 기본적으로 다단계 합성이기 때문에 수율을 높이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입니다. 화합물의 합성은 거의 모든 경우에 생성물이 일정량의 손실의 발생과 함께 생성되는데, 다단계 합성의 특성상 전체 수율이 단계의 손실은 매우 크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반응 수율이 90%이고, 반응 단계가 10단계뿐이라 할지라도 최종 수율은 35%에 그치게 됩니다. 즉, 전체 수율이 각 단계의 손실의 곱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각 단계별로 높은 수율을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반응 후 생성물에는 목표 화합물 이외에도 다양한 부산물이 섞여 있기 때문에 이를 분리하고, 정제하여 고순도의 생성물질을 얻는 방법도 필수적입니다.
전합성의 미래
현재의 전합성은 단순히 복잡한 분자를 합성하는 기술에 머물지 않습니다. 전합성은 화학적 지식과 창의력을 결합해 인류의 복지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실질적 응용을 가능하게 하여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이 전합성에 도입되면서 더 복잡한 분자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합성 경로를 비교하고, 디자인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지속 가능한 화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전합성 기술의 발전도 주목받고 있다. 전합성은 앞으로도 화학, 의학, 재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학문으로, 늘 그랬듯 유기 화학 합성의 최전방에서 현대 과학의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존재할 것입니다.
김민규 학생기자 | Chemistry&Biology | 지식 더하기
참고자료
[1] Natural Product Total Synthesis: As Exciting as Ever and Here To Stay
첨부 이미지 출처
[1] Natural Product Total Synthesis: As Exciting as Ever and Here To Stay
[2] https://www.chadsprep.com/chads-organic-chemistry-videos/retrosynthesis-with-am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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