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해와 MOF: 가장 단순한 반응의 가장 복잡한 완성
- 편집팀
- 2월 16일
- 2분 분량
‘화학’ 하면 대중적으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실험실에서, 일단의 하얀 가운을 입은 샌님들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그렇다. 화학은 곧 실험이다. 정확히는, 실험과 그 분석, 개선하기 위한 이론적 탐색, 이를 적용한 실험의 연속이 바로 화학인 것이다. 간단한 실험 하나에서도 연구자들은 효율성, 안전성, 반응 속도 등을 개선하고자 각고의 노력을 행한다. 오늘의 이야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가장 간단한 반응인 물의 전기분해, 곧 수전해. 학창시절 실험실에서도 한 번씩 해보았을 실험에 화학도들은 첨단 화학 장비와 개념을 모조리 적용하고 있다. 대체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수소: 우리 시대의 신 에너지
‘가을이 없다’ 라고들 한다. 작성일인 11월 초 기준, 정말로 옷차림이 반팔 티셔츠에서 하루만에 코트를 꺼내 입어야 하는 날씨로 변해버렸다.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2021년 미국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 정도 추세로 온실가스 배출과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50년 후 여름은 168일, 1년 365일의 4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수소가 미래다’ 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수소 에너지는 신재생 에너지 중 신 에너지로 분류된다. 수소연료전지의 연료로써 사용되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고, 더위와 추위에 강하다. 최근 이슈가 된 전기차와 달리, 수소차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안전하다. 국내 수소버스는 올해 1000대를 돌파했으며, 미국 에너지부(DoE, Department of Energy)의 ‘National Clean Hydrogen Strategy and Roadmap’ 에서는 2050년 미국 전체 에너지 소비량 중 14%를 수소 에너지로 충당하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10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통해 수소 생산 및 유통 체계를 완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수소가 이렇게 좋은 에너지원이라 하더라도 일반 소비자들과는 친숙하지 않다. 왜 그럴까? 안전 문제, 보관 및 수송의 까다로움, 산업용으로의 전용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수소가 널리 상용화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IEA(International Energy Agency)의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1MWh (메가 와트 시, 전력량의 단위)를 생산하는 데에 친환경 수소는 약 100~140달러가 소요되지만 태양광, 풍력, 천연가스 등은 40달러 이내를 기록하였다. 즉, 수소 에너지의 가격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2.5배 이상 비싼 상황이다. 이 중 대부분이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2024년 ‘Sustainable Energy & Fuels’ 지에 실린 논문에서는 친환경 수소의 비용 중 60% 이상이 생산에 소요되며, 유통과 보관에 소요되는 비용은 전체의 40% 이내라고 보고했다. 즉, 친환경 수소를 생산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 지구 온난화에 대처하는 중요한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수전해: 가장 간단한 화학 반응, 지구를 구할 키가 되다
앞선 글에서 ‘수소’ 앞에 ‘친환경’ 이라는 말을 붙였다. 이는 수소 생산 방식 중에서 친환경적인 방식과 그렇지 않은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쓰이는 수소 생산 방식은 주로 SMR (Steam Methane Reforming, 수증기 메탄 개질) 이라는 방법이다. 이는 탄소 1개와 수소 4개로 이루어진 메탄과 수증기를 반응시켜 수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를 만든 후 수소를 모아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반응 자체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여 수소 1kg당 9~12k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며, 가격은 수소 1kg당 1~2달러 정도로 저렴하지만 온실가스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즉 따로 모아서 대기로 나가지 않게끔 하는 방법도 있지만, 수소의 비용은 kg당 3달러 정도로 상승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절반으로 줄이는 데에서 그치고 있다. 즉, 기존 에너지원보다는 친 환경적이더라도 결국 온실가스가 발생하며, 또 원료인 메탄의 가격은 천연가스 가격과 같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므로 널리 쓰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방법이다.
따라서 주목받는 것이 물의 전기분해, 줄여서 수전해 (Water Electrolysis) 이다.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진 물에 전기를 가해주어 수소와 산소로 분리시킨다는,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가장 간단한 반응 중 하나인 물의 전기분해는 원래 수십년 전에 연구가 끝난 개념이었다. 그렇지만 수소를 생산하는 데에 있어 가장 친환경적이고, 원료가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물이며, 반응 인프라의 구축이 훨씬 간편하다는 등의 장점이 이 낡은 반응이 다시 학계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실험실에서도 할 수 있는 간단한 반응이 지구를 구할 방법으로 제시되다니, 얼마나 재미있는 일인가?
촉매: 수전해가 정말 '히어로'가 되려면
수전해 반응이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른다 하지만, 아직 수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하는 상용 규모의 플랜트는 없는 실정이다. 이유는, 수전해 반응으로 수소를 생산하면 1kg당 약 5달러, 기존 SMR의 1.4배(이산화탄소 포집시) ~ 5배에 달하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째로 물의 전기분해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론상 물에 1.23V의 전압을 가지는 전기를 가해주면 전기분해가 일어나야 하지만, 실제로는 낮으면 1.5V, 크게는 2.5V에 달하는 전압이 필요하다. 실제 실험실에서는 전기분해 회로를 구성한 채 전압을 높여가며 전류를 측정하는 방법을 쓰는데, 이를 LSV (Linear Sweep Voltage, 선형 훑음 전압전류법) 이라고 한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자.

이 그래프에서 우리는 각 선마다 선이 직선형이 되는 지점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즉, 특정 전압 이후로는 전압이 높아짐에 비례하여 전류값이 증가한다. 이는 곧 전압을 가해주는 만큼 반응이 잘 일어난다는 의미이며, 따라서 학계에서는 직선형이 되는 그 지점에서의 전압을 Onset Potential 이라고 부르며 중요한 성능 측정 요소로 활용한다. 이때 Onset Potential이 이론상 전압보다 얼마나 높은가, 즉 이론상 값과 실제로 반응이 일어나는 전압의 값 간 차이를 OverPotential, 우리말로 과전압이라고 한다. 예컨대 위의 그래프에서 초록색 선의 OverPotential은 약 0.26V이다. 반응으로 따지면, 물에 약 1.49V (이론값 1.23V + 과전압 0.26V) 의 전압을 가진 전류를 흘려주면 물의 전기분해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전압이 높다는 것이 왜 문제일까? 전력은 전압과 전류의 곱이다. 즉, 전압이 이론값보다 20% 높다면 전력 소모가 20%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화학자들은 반응을 도와주는 촉매를 사용해서 전력 소모를 줄이려고 한다. 촉매를 사용하면 반응이 더 잘 일어나므로 같은 양의 수소를 만드는 데에 더 적은 전력을 사용하여 돈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가장 효율적인 촉매는 Pt(백금), Ir(이리듐), Ru(루테늄) 등이다. 다들 짐작하겠지만, 어마어마하게 비싼 물질들이다! 미국 NREL(National Renewable Energy Lab., 국립 재생에너지 연구소)의 2024년 보고서에서는 귀금속 촉매의 구입 비용이 전체 수전해 시스템 비용의 20~40%를 차지한다고 한다. 즉, 성능이 좋으면서 저렴한 촉매를 만든다면 막대한 돈을 아낌과 동시에 수소 에너지가 저렴하게 보급될 수 있다는 말이다.
MOF: 영웅을 위한 새로운 망치
이 상황에서 화학자들은 최첨단 과학을 동원했다. 나노 화학의 산물인 MOF(Metal-Organic Framework, 금속-유기 골격체)를 동원하여 물 전기분해 반응의 촉매로 삼은 것이다. 말하자면 가장 발전된 과학과 가장 낡은 과학의 조화로 이 난관을 헤쳐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MOF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KOSMOS에 수록된 주옥 같은 기사들이 있으니 생략하도록 하겠다.
금속과 유기물질의 물고 물리는 결합으로 생성되는 MOF는 촉매로서 최적의 물질이다. 표면적이 넓으며 동시에 반응을 일으키는 Site(지점) 들이 많다. 물질 내의 금속 이온들은 이온들이 결집하여 반응이 일어나도록 도와준다. 최근에는 다양한 금속 물질을 섞어 MOF를 생성하는 ‘High/Medium-Entropy’나, MOF를 합성할 때 마치 벌집 같은 틀에 넣어 생성한 후 나중에 틀을 태워 없애는 방법 등으로 다공성 구조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연구 등이 진행되고 있다. 필자 또한 R&E 과정으로써 Co(코발트)와 Ni(니켈)을 섞은 MOF를 이용하여 과전압 250mV를 달성한 바 있다.
MOF와 수전해, 이 두가지에 더해 다른 것들까지 결합시키기도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 쓰이는 방법이 MOF에 CNT(Carbon Nano Tube, 탄소 나노 튜브)를 섞는 방법이다. 학창시절 샤프심에 전기를 흘리는 실험을 해보았다면 알겠지만, 탄소는 우리 주위의 물질 중 제법 전기가 잘 통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MOF에 탄소를 결합시켜서 전기 전도성을 높인다. 즉, 저항을 낮추어서 낭비되는 전기를 줄인다는 말이다. 이 외에 열에 안정한 MOF를 만들고자 구조를 지지해주는 물질을 찾거나, MOF와 탄소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접착제 중 가장 좋은 것을 찾는 연구까지, MOF 기반 수전해 촉매에 대한 연구는 지금 전기화학-촉매화학 분야의 주된 이슈 중 하나이다.
수전해 반응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연료전지와 정확히 반대되는 작동방식을 가진다는 점이다. 즉, 미래에는 자동차에 수소를 직접 충전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넣은 수소로 물을 만들고, 다시 그 물로 수소를 만들어서 연료를 채울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올 지도 모른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기 소모는 있으니 무한 동력은 아니지만 말이다.
유사과학 도서 중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라는 책이 있다. 인터넷에서는 ‘물에 사람을 담궈보면 답을 준다’ 라며 밈으로 쓰이기도 했던 책이다. 그 책 자체는 유사과학으로 가득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면 제목인 ‘물은 답을 안다’ 는 어느 정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수소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은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오늘 이야기한 생산 외에도 보관, 운송부터 연료전지 설계, 소형화, 안정화 등 수없이 많은 과제가 동반되는 일이다. 그러나 생산이라는, 가장 큰 문제가 해결되면 수소로의 전환에 큰 도움이 될 것임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비용의 60%나 차지하는 일이니 말이다.
인류가 멸망하지 않으려면 언젠가는 수소를 비롯한 신재생 에너지로의 총체적인 전환이 필요하고, 그 중심에 있는 것이 수소라고 생각하다. 언젠가 익숙해질 수소, 과연 그 수소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또 우리 화학도들이 어떻게 그 전환에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이민규 학생기자 | 화학생물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Frieden, F., & Leker, J. (2024). Future costs of hydrogen: a quantitative review. Sustainable Energy & Fuels, 8(9), 1806-1822. https://doi.org/10.1039/d4se00137k
[2] IEA (2020), Projected Costs of Generating Electricity 2020, IEA, Paris https://www.iea.org/reports/projected-costs-of-generating-electricity-2020, Licence: CC BY 4.0
[3] Sengeni, A. (2024). How reliable are the overpotentials reported in energy conversion electrocatalysis? Catalysis Science & Technology. https://doi.org/10.1039/d4cy00079j
[4] Fan, L., Kang, Z., Li, M., & Sun, D. (2021). Recent progress in pristine MOF-based catalysts for electrochemical hydrogen evolution, oxygen evolution and oxygen reduction. Dalton Transactions, 50(17), 5732–5753. https://doi.org/10.1039/d1dt00302j
[5] Li, Z., Jiang, G., Deng, Y., Liu, G., Ren, D., Zhang, Z., Zhu, J., Gao, R., Jiang, Y., Luo, D., Zhu, Y., Liu, D., Jauhar, A. M., Jin, H., Hu, Y., Wang, S., & Chen, Z. (2020). Deep-Breathing honeycomb-like CO-NX-C nanopolyhedron bifunctional oxygen electrocatalysts for rechargeable ZN-Air batteries. iScience, 23(8), 101404. https://doi.org/10.1016/j.isci.2020.101404
첨부 이미지 출처
[1] Ni, W., Wang, T., Schouwink, P. A., Chuang, Y., Chen, H. M., & Hu, X. (2020). Efficient hydrogen oxidation catalyzed by Strain‐Engineered nickel nanoparticles. 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 59(27), 10797–10801. https://doi.org/10.1002/anie.201916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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