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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이 바보여서가 아니라 똑똑하기 때문에 착시가 생긴다고?

최종 수정일: 2020년 9월 23일



여러분은 이 그림을 보면 어떤 것이 보이시나요? 사실 이 그림은 균일한 검은색 정사각형들이 흰색 선으로 둘러싸여 있기만 하며, 흐릿하게 보이는 흰 선 내부의 작은 검정색 정사각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헤르만 격자라는 이 그림은 착시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그림으로, 우리는 이 그림을 보며 보통 ‘우리 눈은 생각보다 멍청하다’라며 주어진 이미지를 정확히 보지 못하는 우리 눈을 탓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이 사실 우리의 눈이 똑똑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면 어떨까요? 이 기사에서는 왜 이런 착시가 일어나는지 설명하는 이론을 소개하고, 이런 현상이 우리에게 어떠한 이점을 줄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망막세포를 연결하는 신경절세포의 수용장은 매우 복잡하다

망막의 수직 구조는 아래의 그림과 같이 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수직적 망막 구조

빛은 망막의 가장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광수용기에 의해 받아들여집니다. 광수용기에는 원뿔 모양의 원뿔세포, 막대 모양의 막대세포가 있으며 이들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집니다. 원뿔세포는 비교적 밝은 빛 사이에서 빛의 색깔을 구분하는 역할을 주로 하고, 막대세포는 옅은 빛의 유무 및 세기를 측정하는 일을 하죠. 이들이 측정한 빛은 전기 신호와 신경전달물질로 이어지는 신경세포들의 회로 속 정보로 전달됩니다. 이런 신호들은 쌍극 세포로 직접 전달되거나, 수평세포들에 의해 취합된 후 전달됩니다. 다시 쌍극세포는 무축색세포의 도움을 받아 종합적인 신경정보를 신경절세포에 전달하게 됩니다. 이때, 착시와 같은 현상은 한 신경절세포가 담당하는 시각의 범위, 시각 수용장이라고 불리는 이것이 굉장히 복잡하다는 점으로부터 발생합니다.

신경절세포 수용장의 두 가지 종류

신경절세포는 크게 두 개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신경절세포의 수용장은 받아들이는 색상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빛의 유무에 따라 구분되는 것입니다. On-centor 신경절세포의 수용장 중 가운데는 빛에 의해 활성된 신호를 전달하는 광수용기고, 주변 부분은 빛에 의해 억제된 신호를 전달하는 광수용기입니다. 반대로 Off-center 신경절세포는 반대로 되어 있습니다.

빛이 수용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따라 신경절세포의 활성을 나타낸 모식도

On-center 신경절세포로 예를 들어 봅시다. 이 그림의 (a)와 같은 경우에서, 빛은 전체 수용장에 다 가해집니다. 그렇기에 중심의 광수용기는 빛에 의해 자극되어 어느 정도의 신호를 만들어내지만, 이 신호는 주변의 광수용기가 만들어내는 억제 신호에 의해 약해집니다. 오른쪽 파란 선에 수직적으로 분포하는 검정색 선은 신경절세포의 활동 전위 빈도를 나타내는데, 이것이 많을수록 신경절세포가 활동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히려 (c)와 같이 어느 정도의 주변 광수용기들에는 빛을 비추어주지 않는 것이 더 센 신호를 만들어냅니다. (b)를 볼 경우에는 빛이 주변 부분에만 가해지기 때문에 억제 신호만이 생성되어 활동 전위의 빈도는 낮아집니다. 우리가 이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빛의 경계가 신경절세포에서 어떻게 분포하냐에 따라 그 활성 수준에는 많은 차이가 난다는 것입니다. 수용장세포의 중심에는 동일한 신호가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헤르만 격자에서의 신경절세포 수용장

이제 다시 헤르만 격자로 돌아가 봅시다. 여기서 하얀색은 빛 신호, 검정색은 빛의 부재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수용장의 중심이 격자의 검정색 사각형 사이에 있는 공간에 있을 경우에는 주변에 존재하는 검정색 부분이 많습니다. 즉, On-center 신경절세포는 흰색에 의해 자극을 받으면서도, 주변에는 빛이 별로 없기 때문에 억제되는 정도가 적습니다. 하지만 중심이 꼭짓점부분에 있는 오른쪽 신경절세포와 같은 경우에는 주변에 검정색보다는 흰색이 많습니다. 그 말은 주변의 Off-surround로부터 많은 억제를 받게 된다는 것이고, 그 결과는 왼쪽 신경절세포에 비해 낮은 활성으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우리의 눈은 꼭짓점 부분에서 낮은 활동전위가 나타나기에 그 부분이 주변보다 어둡다고 생각하게 되고, 우리 눈은 흐릿한 검정색의 정사각형을 보게 됩니다. 근데, 이게 왜 우리 눈이 똑똑한 것이냐구요?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검정색 정사각형의 모서리 사이에 있는 흰색 구간은 더 밝아 보이는 것입니다. 즉, 이미지의 흑백이 불분명한 그림을 보았을 때, 우리는 어두운 부분과 밝은 부분이 접하는 구간에서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보고, 밝은 부분은 더욱 밝게 봄으로써 그림의 대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두운 곳에서의 약한 빛도 더 효과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그림도 더욱 또렷하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눈에서는 이것 외에 다른 기작도 존재합니다. 바로 측면억제라고 불리는 세포 간의 상호작용입니다.


측면억제는 이미지의 대비를 더욱 늘려줄 수 있다

일단 아래 그림을 보시겠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실제로 그려진 빛의 세기이고, 아래의 것은 우리가 인식하는 것입니다. 위에 그려진 회색 띠를 보았을 때, B는 더 밝아보이고 C는 더 어둡게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그렇기에 그 둘 간의 경계는 더욱 두드러집니다. 아래 그래프는 이를 표시한 것으로, A와 B는 동일한 색이지만 우리가 인식하기에는 그 빛의 세기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측면억제의 모식도

이것은 위의 그림으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광수용기의 정보가 신경절세포로 전달될 때, 광수용기는 곧바로 연결된 신경절세포에는 활성 신호를 보내지만, 수평세포나 무축색세포 등으로 연결된 주변의 신경절세포에는 억제 신호를 보냅니다. 신경절세포는 그렇기에 바로 위의 것으로부터는 활성 신호, 주변의 것으로부터는 억제 신호를 받게 되죠. 이런 활성과 억제 신호의 세기는 광수용기가 받아들이는 빛의 세기와 비례합니다. 여기서 7번과 8번을 비교해 봅시다. 7번은 빛이 강한 부분에 있는 광수용기 7번으로부터 강한 활성 신호를 받고, 빛이 약한 부분에 있는 광수용기 8번으로부터 약한 억제 신호를 받기에 높은 활성을 보입니다. 8번은 반대로 약한 활성과 강한 억제를 받기에 활동전위의 빈도가 낮아집니다. 그 결과는 7번 부분에 있는 빛이 조금 더 밝아 보이고, 8번 부분에 있는 빛이 조금 더 어두워지는 효과로 연결됩니다. 따라서 실제 그림보다 그 경계의 빛 세기 차이가 더 두드러지게 되면서, 우리는 이미지의 대비를 더 효과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직선인데도 구부러져 보이는 그림을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그런 현상 역시도 측면억제로 인해 선에 그림자가 생겨 보이면서 나타나는 하나의 착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어떻게 이용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여러분은 신경절세포의 복잡한 수용장으로부터 기인되는 여러 이미지 대비 향상 기작들을 살펴보셨습니다. 즉 착시는 우리 눈이 바보같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대비를 늘리는 좋은 방향으로 우리 눈이 설계되면서 생겨난 것입니다. 굳이 선의 휘어짐이나 밝기 차이와 관련된 것만이 아니더라도, 보색으로 된 그림을 보다가 흰 부분을 보았을 때 원래 그림이 나타나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신경세포의 복잡한 색각 수용장이 기여한 결과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고나면, 사실 착시에 관여하는 수용장 및 측면억제 기작은 이미지 해상도 개선에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미지 개선은 크게 세 가지 과정 정도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이미지를 이루는 픽셀의 빛의 세기를 수치로 나타내 행렬로 만들기, 둘째는 이런 빛들을 통계적 도구를 이용해 표준화하기, 셋째는 여러 알고리즘을 통해 대비와 해상도를 늘리고 노이즈를 없애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선형대수, 확률/통계, 미분방정식 등이 관여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는 세 번째 과정이 가장 복잡하면서 문제가 되는 부분입니다. 현재는 여러 알고리즘이 개발되어 색마저 복원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이렇게 측면억제를 이용한 기작입니다. 측면억제는 사실 Delta-Notch라는 세포 간 신호 전달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계산생물학자들은 이런 메커니즘을 미분방정식으로 표시하고, 각 광수용기들이 신경절세포에 주는 활성과 억제 신호를 여러 환경변수에 대한 다변수 미분방정식으로 표시함으로써 측면억제를 수학적으로 기술했습니다. 그리고 이 신경세포들을 정사각, 정육각 격자 등으로 표시하고 상수를 바꾸어가며 최적의 기술 모델을 찾았고, 이를 컴퓨터로 풀어냈습니다. 전산학자들은 이런 기작을 응용하여 알고리즘을 만들었고, 실제로 이와 관련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신경과학적인 현상을 세포생물학적 관점에서 밝혀내고, 이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후 정보과학을 통해 실생활에 응용하다니, 멋지지 않나요?


글에서 이야기한 것은 우리 눈의 똑똑한 부분 중 아주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그리고 이미지를 조금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눈이 또 어떻게 실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이것은 아직 우리가 밝혀내야 할 숙제이지만, 그 방향은 긍정적일 것만은 분명합니다.


<참고자료>

[1] Bab Garrett and Gerald Hough. Brain&Behavior: An Introduction to Behavioral Neuroscience. SAGE. 5th edition

[2] Joanne R.C., Nicholas A.M., Philip K.M. and Julian H.L. Pattern Formation by Lateral Inhibition with Feedback: a Mathematical Model of Delta-Notch Intercellular Signalling. J. theor. Biol. 183. 429-446. (1996)


<이미지>

[1] http://mesosyn.com/mental8-9.html

[2] Bab Garrett and Gerald Hough. Brain&Behavior: An Introduction to Behavioral Neuroscience. SAGE. 5th edition

[3] http://web.mit.edu/bcs/schillerlab/research/A-Vision/A15-3.htm


Biology 학생기자 권이태

2019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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