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영도 0 K에 도달할 수 있을까?
- 편집팀
- 2024년 6월 29일
- 4분 분량
절대 온도에 대하여
온도, 많이 익숙한 단어이다. 일기 예보를 보던, 음식을 조리할 때 온도계를 보던, 몸이 아플 때 체온계를 보던 어렵지 않게 온도라는 개념을 접할 수 있다. 온도란 뜨겁거나 차가운 느낌이 먼저 떠오를 테지만, 입자의 관점에 본다면 다르게 정의할 수 있다. 온도라는 것은 입자의 운동 에너지, 즉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고,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느냐로 정의할 수 있다. 입자의 운동 에너지가 크면 온도가 높고 운동 에너지가 작으면 온도가 낮다. 또한 온도는 활용 방식에 따라 다른 단위를 쓰게 된다. 대개 많은 곳에서는 표준 대기압에서 물의 어는점과 끓는점을 100등분한 섭씨온도라는 단위를 사용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섭씨 온도와 다른 절대 온도의 개념을 사용한다. 이상 기체의 부피를 0으로 만드는 가상의 온도를 0 K, 물의 삼중점을 273.15 K으로 정의하고 온도의 간격을 1/273.15 K으로 둔 것이 바로 절대 온도이다. 위의 정의로 익숙한 절대 온도는 사실 여러 논란이 많았다. 물의 삼중점이 동위원소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는 문제가 제기되어 ‘빈 표준 평균 바닷물’의 동위원소 비율을 기준으로 삼중점을 삼았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에 따라 동위원소비가 불균일하여 2018년 ‘국제도량형총회’에서 볼츠만 상수가 1.380649 x 10^-23 J/K이 되는 값으로 지금까지 정의되었다. 이렇게 정의된 절대 온도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이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초저온 분야를 만들어 냈고, 초저온 상태에서 물성을 연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절대 영도, 0 K에 가장 가깝게 수렴시키려 하고 있다.
0 K를 향한 과학자들의 도전
절대영도 0K을 향한 도전은 1908년 카메를링 오너스가 헬륨을 액화 시키는데 성공하면서 본격화되었다.

액체 헬륨을 통해 온도를 4.2K까지 떨어트리는 데 성공하였고, 이를 계기로 초전도 현상과 초유체 현상이 발견되게 되었다. 카메를링 오너스의 액체 헬륨 이전에는 샤를의 법칙이 발견되면서 부피 팽창을 통해 온도를 낮추려는 시도가 등장했다. 이 방법은 지금도 가장 흔히 쓰이는 냉각법으로 ‘줄-톰슨 효과’를 이용한다. 줄-톰슨 효과는 쉽게 말해 단열 팽창, 즉 샤를의 법칙과 같은 원리이다. 외부와 열이 전달되지 않는 단열된 상태에서 기체의 부피를 늘리면 기체 온도가 감소하는 단순한 원리이다. 하지만 모든 기체가 언제나 팽창한다고 온도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기체마다 온도가 내려갈 수 있는 한계점이 존재하는데, 이를 ‘최대 역전 온도’라 한다. 다시 말해 이 온도 이하에서만 줄-톰슨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줄-톰슨 효과의 주인공인 제임스 줄과 톰슨 켈빈은 용기를 반으로 나누어 한쪽은 기체를 채우고 반대편은 진공으로 만들어 기체가 들어있는 용기의 부피를 서서히 단열 팽창시키며 온도를 80K까지 내리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의 기체는 최대 역전 온도가 상온보다 높아 줄-톰슨 효과를 이용해 온도를 낮출 수 있지만 예외가 존재한다. 헬륨이나 수소, 네온의 경우 최대 역전 온도가 각각 45K, 205K, 250K으로 상온보다 많이 낮으므로 아무리 고압으로 압축한 뒤 저압으로 팽창시켜도 상온에서는 줄-톰슨 효과를 통해 냉각할 수 없다. 이때 과학자들은 ‘팽창 엔진’을 도입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 팽창 엔진은 고압의 기체를 기계적 팽창 장치를 통해 외부에 일을 하게 함으로써 기체의 에너지를 강제로 감소시켜 기체의 온도를 계속해서 낮춰준다. 줄-톰슨 효과와 달리 팽창 엔진은 강제적인 일을 통해 외부로 에너지를 방출하기 때문에 예외 없이 항상 온도를 감소시킨다. 이런 팽창 엔진을 이용한다면 최대 역전 온도 이하로 온도를 낮춘 뒤, 줄-톰슨 효과를 이용해 액화시켜 초저온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이후 위의 방법들을 통해 지그문트 로블레프스키, 제임스 듀어가 각각 산소와 수소를 액화시키면서 점점 절대 영도 0K에 가까워지게 되었고, 끝내 액체 헬륨의 등장으로 저온의 세계에 많은 과학자들이 발을 들일 수 있게 되었다.
희석 냉동기의 등장
하지만 과학자들이 아무리 액체 헬륨을 이용해 실험을 해보아도 증발을 이용한 냉각은 0.3K이 한계였다. 이에 과학자들은 냉동기라는 장치를 고안하는데, 그 결과 0 K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희석 냉동기가 발명되었다. 희석 냉동기는 냉각 과정에서 헬륨의 동위원소인 헬륨-3과 헬륨-4의 혼합물을 냉매로 사용하는데, 헬륨-3의 온도가 6.4%보다 클 때 0.87K 이하에서 헬륨-3의 농도가 짙은 상(Concentrated Phase - C상)과 옅은 상(Diluted Phase – D상)으로 분리된다.

상이 분리된 후에는 그 비중의 차이로 인해 C상은 D상 위에 떠오른 상태가 된다. D상은 열교환기3을 통해 분류기로 연결되고, 분류기는 헬륨 동위원소의 증기압 차이를 이용해 헬륨-3을 분류해 배기한다. 그 결과 D상의 헬륨-3 농도는 감소하고 C상의 헬륨-3이 D상에 녹아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배기된 헬륨-3은 외부 순환 포트에 의해 압축되고 여러 과정을 거쳐 다시 C상으로 유입되게 된다. 이처럼 냉동기의 냉매를 연속적으로 순환시키며 지속적인 냉각을 가능하게 했고, 평형 상태에서 D상의 헬륨-3 농도가 양자역학적 효과에 의해 절대 영도에 근접하여도 유한한 농도 6.4%를 가져 극저온에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게 했다.
레이저 냉각법의 등장
시대가 발전하게 되면서 절대 온도 0K에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과 장치들이 발견되었다. 그중에서도 앞서 소개한 희석 냉동기와는 다른 원리를 이용하는 레이저 냉각이 현재 여러 방면에서 사용되고 있다. 레이저 냉각은 레이저를 이용하여 원자나 분자 시료를 절대 온도 0K에 가깝게 냉각시키는 기술이다. 그 원리로는 어떤 물체가 광자를 흡수했다가 다시 방출하면 운동량이 변하고 입자에 주어진 거시적 조건을 만족하는 가능한 모든 미시 상태 집합의 온도는 속도의 분산에 비례하게 된다. 이때 레이저 냉각 기술은 빛의 물리적 효과를 이용하여 입자 앙상블의 속도 분포를 균일하게 하여 입자를 냉각시킨다. 쉽게 말해 기체 분자에 레이저를 x, y, z축 방향으로 쏘아 레이저의 압력으로 입자의 속도를 낮추는 방법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 레이저 냉각의 기원을 따라 시대를 거슬러 보자. 1975년 테오도어 한슈와 아서 숄로의 연구진, 그리고 데이비드 와인랜드와 한스 데멜트의 연구진이 방사력으로 원자의 열 기반 속도를 늦추는 레이저 냉각 기술을 독자적으로 도입하면서 레이저 냉각이 시작되었다. 그들은 빛을 반사하는 모든 물체에 가해지는 복사압의 효과를 통해 기체 상태의 원자를 냉각시키는 방법을 만들어냈다.
이후 윌리엄 필립스가 현재 제만 감속기를 이용하여 중성 원자의 냉각을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하고, 스티븐 추가 레이저 편광과 더 많은 원자 상태로 새로운 최저 온도를 설명하면서 레이저로 원자를 냉각하는 방법에 기반을 다졌다. 이렇게 제만 감속기를 이용하여 레이저 냉각의 시초를 열었고, 지금은 도플러 냉각이라는 새로운 기술로 절대 영도에 다가가고자 한다.
정확히 0 K에 도달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더욱 낮은 온도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새로운 냉각법을 찾기도 하고, 또 여태껏 발견하지 못했던 초저온 물성을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물질을 초저온 환경에 노출하기도 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정확한 절대 온도 0.000000……K에 도달할 수 있을까?
0K이라는 건 이상적인 이론에 따라 수학적으로 계산된 극한값일 뿐 자연계에서는 절대로 구현할 수 없다. 이론적으로 0K이 되면 내부 에너지가 0J이 되어 원자의 열진동마저 정지하는데, 이렇게 되면 원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모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되고, 이는 불확정성 원리에 위배되어 자연계에서는 절대 구현 불가하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가장 낮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원자는 그 에너지 값이 0J이 아닌 Zero-Point Energy라는 미량의 에너지 값을 가진다.

여기서 Zero-Point Energy는 양자역학계가 가질 수 있는 가장 낮은 에너지로, 그 계가 가질 수 있는 바닥 상태의 에너지를 뜻한다. 양자역학계는 그 파동적 성질로 인해 바닥 상태에서도 진동하게 되며 이에 따라 ‘0’이 아닌 Zero-Point Energy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입자의 운동 에너지가 0 J인 절대 영도 0 K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영역이다.
정윤혁 학생기자 | Chemistry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첨부 이미지 출처

ⓒ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온라인 과학매거진 K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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