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eo-Express 2부: 캄브리아기 대폭발
- 1일 전
- 12분 분량
"In studying fossils, we study ourselves — our past and our possibilities."
— Donald Prothero
캄브리아기 대폭발
안녕하세요 여러분, 다시 돌아온 Paleo-Express의 차장 이승호입니다. 지난 밤은 편하게 주무셨나요? 저번 시간에 저희는 이번 투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고생물학, 진화론, 화석 등 여러 기초 개념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저희의 여행지인 캄브리아기 대폭발 투어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전에, 저희가 캄브리아기에 도착하는데도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니 도착하기에 앞서 캄브리아기가 어떤 시대인지에 대해 알아볼까요?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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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브리아기(Cambrian)’는 현생누대의 첫 번째 시대인 고생대의 첫 번째 기로, 약 5억 4200만 년 전에서 4억 8830만 년 전까지 5,370만년 동안 이어진 시기입니다. 이 시대의 명칭은 영국 웨일스의 별칭인 캄브리아(Cambria)에서 유래했습니다. 캄브리아기는 영국의 지질학자인 애덤 세지윅(Adam Sedgwick, 1785~1873)의 암석 지층 조사에서 이후에 처음 제안되었습니다. 그리고 후속된 연구들을 거쳐서 1992년 ICS에 의해 정식 지질시대 구분으로써 확정되었습니다. 현생누대의 시작을 알리는 시기인 만큼 캄브리아기는 이전 시대에 비해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죠. 물론 앞으로 캄브리아기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갈 예정이기 때문에 우선은 간략히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이전 시대에 비해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양의 화석들이 발견되죠. 게다가 이 시대의 화석들은 전에는 많이 없던 단단한 골격과 이빨, 가시 그리고 눈을 지닌 생물이 대량으로 발견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현재 동물들 대부분의 조상 (좀 더 정확히는 ‘문’)이 생겨난 시기이기도 하지요. 그럼 캄브리아기 소개는 이정도로 마치고 슬슬 내릴 준비를 할까요?
자, 여러분, 드디어 저희의 목적지, 캄브리아기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부터는 기차에서 내려서 직접 걸어 다니며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온 몸으로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 여행사 약관에 나와 있듯이 여행 중에 잃어버리신 소지품에 대해서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니 웬만하면 기차에 두고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나가게 되면 지금껏 본 젓 없는 아주 신기한 세상을 온 몸으로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신기하고 즐겁다고 하시더라도 절대, 아무거나 만지지 마시고 정해진 루트만을 따라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제 저를 따라서 차례차례 질서를 지키며 한 명씩 내려 주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다 내리셨나요? 그럼 인원 체크만 빨리 하고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이동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지금 걷고 있는 해저 통로는 여러 캄브리아기 화석지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버제스 셰일 동물군이 위치한 바다랍니다. 밖을 보시면 아주 기상천외하게 생긴 생물들을 많이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생물들에 대해선 조금 이따 소개 드리기로 하고, 이동하는 동안에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어떤 사건인지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캄브리아기 생물 대폭발(Cambrian explosion)’ 또는 ‘캄브리아기 방사(Cambrian radiation)’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고생대 캄브리아기가 시작되면서 전까지는 없던 수많은 생물종/분류군이 등장한 사건입니다. 이 시기에 현대 생물들의 ‘문(phylum)’이 갑작스럽게, 폭발적으로 등장했죠. 다만 이 ‘갑작스럽게’란 말이 지질학적 관점이라 사실 수십만~수백만 년 동안 일어난 사건 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따로 이름이 붙여지고 중요 사건으로써 꾸준히 연구되는 이유는 그만큼 충격적이고 파격적인 사건이라는 뜻이겠죠. 물론 실제 화산이나 운석 같은 걸로 인한 폭발은 아니지만, 분명 이번 여행을 마치고 난 후에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얼마나 멋지고, 흥미롭고, 신기한 사건인지 분명 알게 될 것입니다. 어찌됐든 계속 설명을 이어 가자면, 캄브리아기 이전 지층 까지는 해면, 미생물, 정체불명의 에어매트 혹은 풍선 같은 생물들(나중에 다뤄 볼 것입니다), 아주 작은 패각 화석(이 또한 나중에 다루게 될 것입니다) 등 밖에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캄브리아기에 들어서면서 최초의 삼엽충, 두족류, 물고기, 절지동물의 조상, 각종 벌레들과 고도로 발달한 눈, 부속지, 껍질을 지닌 동물들이 갑자기 나타나기 시작했답니다.
그럼 여기서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면 머리만 아프고 어떤 내용인지 와닿지도 않을 테니 우선 캄브리아기 몬스터라고도 불리는 캄브리아기의 신기한 생물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과 생물에 관한 많은 연구는 1909년 Charles Doolittle Walcott(1850~1927)이 버제스 셰일층에서 수많은 화석을 발견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오스트레일리아 캥거루 섬, 중국 쳉장, 그린란드 등지에서 계속된 화석 보고와 학자들의 연구를 토대로 많은 생물들을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발견된 캄브리아기의 생물들은 아직 생물 진화의 상당히 초기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생물들이 10cm 언저리였고, 수 mm에서 몇 cm밖에 안되는 생물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제일 큰 종도 시장에 진열돼 있는 생선들 크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캄브리아기 때 부터는 현재 생물들과의 유연 관계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생불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어디선가 익숙한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캄브리아기의 생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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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부터 제 말을 잘 따라와 주시시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생물들의 크기가 작고 이전 시대와는 다르게 아주 활발한 녀석들도 꽤 있기 때문에 깜빡하면 사라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먼저 저기 바닥 밑을 봐 보세요. 모래에 구멍이 여럿 나 있는 것을 볼 수 있으실 겁니다. 저건 바로 ‘오토이아 프로필리카 (Ottoia prolifica )’ 가 파놓은 구멍입니다. 이 동물은 몸길이 10cm 정도의, 여러분에게는 생소한 ‘새예동물(Priapulida)’ 이란 부류에 속하는 동물입니다. 저 굴의 단면을 보면 굴이 U자 모양으로 굽어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오토이아의 화석이 U자모양으로 굽어져 있는 채로 많이 발견된다는 것을 통해 알 수 있었지요. 앗! 저기 마침 오토이아가 굴 밖으로 머리를 내밀내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꽤 징그럽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래서 영어권 에서는 ‘남자의 그것과 닮은 벌레’ 라고도 불리지요. 그래도 나름 캄브리아기의 포식자로 위에서 고둥처럼 생긴 ‘하플로프렌티스(Haplophrentis reesi )’나 같은 오토이아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어, 마침 저 옆에 다음으로 소개할 생물 두 마리가 모여 있네요. 우선 저기 있는 해면 아래를 봐 보세요. 무슨 해괴망측하게 생긴 선인장 같은 것이 걸어 다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으실 겁니다. 중국의 유명한 캄브리아기 화석 산지인 ‘쳉장(Chengjiang)’에서 발견된 이 생물은, 이름도 보이는 모습 그대로 ‘디아니아 캑티포르미스(Diania cactiformis )’ 이지요. 몸길이는 6cm 정도에, ‘걸어 다니는 선인장’ 이라는 별명처럼 온 몸에 가시가 나 있고 몸은 꽤 단단해 보입니다. 그리고 절지동물처럼 분절되어 있는 탓에 과거에는 절지동물의 초기 진화와 연관이 깊다고 생각되어왔으나,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에 힘이 더 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예전에는 ‘엽족동물(Lobopodia)’로 분류됐지만, 이 분류군 자체가 완벽하게 정의된 분류군이 아니기 때문에 (대게 이 시대의 여느 생물이 그렇듯이) 이 생물에 분류에 대해서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버렸습니다.
이제 아까 그 해면 위를 봐 주십시오. 아무것도 안 보이신다구요? 다시 한 번 자세히, 잘 봐보세요? 뭔가 작은 것이 꿈틀거리는 게 보이지 않으시나요? 축하합니다! 방금 여러분은 ‘할루키게니아 스파르사(Hallucigenia sparsa )’ 를 찾으셨어요! 몸 길이는 큰 개체가 3cm에서 1cm 밖에 안 되는 아주 작은 ‘유조동물(Onychophora)’ 입니다. 유조동물 이란 말 그대로 발 끝에 갈고리 같은 발톱을 지닌 동물들로, 현생 생물 중에서는 발톱벌레(velvet warm/학명 아님) 등이 있습니다. 유조동물은 캄브리아기 시기에 여러 기괴한 생물들을 낳으면서 전성기를 맞이했지요. 그 중 하나가 바로 할루키게니아입니다. 할루키게니아의 학명(정확히는 종명)의 뜻은 ‘환각을 보는 것 같다’로, 워낙에 작은 화석의 크기와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생김새에 제대로 된 복원을 하는 데에 수십년도 넘게 걸렸습니이다. 등에는 한 쌍의 가시들이 두 줄로 나란히 나 있고, 배에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다리가 역시 줄줄이 달려 있습니다. 눈썰미가 좋으신 분이라면 얼굴에 있는 작은 한 쌍의 눈을 찾으셨을지도 모르겠군요. 이 할루키게니아의 모습을 보면 당시 유조동물의 다양성이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답니다.
다음으로 소개할 생물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미처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군요. 이번에 소개드릴 생물은 바로 ‘위왁시아 코루가타(Wiwaxia corrugata)’ 여느 학명들이 그렇듯이, 위왁시아의 종 명인 ‘코루가타’의 뜻처럼 이 생물은 울퉁불퉁한 몸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기는 5cm 정도로, 작은 물만두 만한 크기이며, 만두처럼 동글동글 한 게 상당히 귀엽게 생겼습니다. 온 몸은 비늘로 덮여 있고, 등 쪽에는 날카롭고 넙적한 가시들이 두 줄로 나 있습니다. 이상한 생김새 때문에 연체동물, 또는 환형동물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한다만, 확실한 건 그 누구도 도릅니다. 그러나 이 만두 같은 생물에서 눈 여겨 보아야 할 점은 조금 다른 곳에 숨겨져 있습니다. 그전에, 여러분은 CD 뒷면이 왜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지 알고 계신가요? 바로 CD 뒷면에 있는 미세한 요철 떄문입니다. 이 미세한 굴곡이 빛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반사시켜 이렇게 멋진 무지개 색이 탄생하는 것이지요. 갑자기 이 예기를 왜 하느냐구요? 이 위왁시아의 비늘과 가시에서도 CD 뒷면과 같은 미세한 요철이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이 생물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무지개 색을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에서 색소가 아닌 구조를 통해 나타나는 이런 색을 ‘구조색(Structural coloration)’이라 부른답니다.
네? 너무 작고 움직임도 적은 생물들을 보니 지루하시다고요? 그러면 이제 좀 역동적인 생물들을 찾아보겠습니다. 마침 저기, 바위 아래 틈새에서 한 마리가 기어 나오고 있군요. 얼핏 보면 삼엽충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 생물의 이름은 ‘마렐라 스플렌덴스(Marrella splendens)’로 삼엽충과는 인간과 악어만큼이나, 어쩌면 더 멀리 떨어진 사이랍니다. 마렐라는 절지동그 중에서도 ‘마렐로모르프류(Marrellomorpha)’에 속하는 생물로, 캄브리아기의 가장 유명한 화석지인 ‘버제스 셰일 층(Burgess Shale)’에서 발견되는 전체 화석 양의 20%를 넘게 차지할 정도로 많은 양의 화석이 발견됩니다. 몸 길이는 커봤자 3~4cm 정도로, 대부분 이보다 작은 조그마한 동물이였습니다. 그리고 이 마렐라의 등에 보이는 두 쌍의 가시에서도 위왁시아와 같은 미세 구조가 발견되어 무지개 색으로 빛날 것으로 보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모두들 저쪽을 봐 보세요, 저편에 뭔가 익숙한 게 기어가고 있지 않나요? 그렇다면 제대로 보신 것이 맜습니다. 저건 바로 가장 처음으로 등장한 삼엽충 중 하나인 ‘올레노이데스 수퍼부스(Olenoides superbus)’입니다. 뭐, 우리가 많이 아는 삼엽충의 모습인데, 이 녀석은 사실 버제스 셰일 층보다 약간 더 젊은 층에서 나온 녀석이긴 합니다만, 같은 속에 속해 있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삼엽충에 관해서 더 아시고 싶다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여행사의 삼엽충 관련 상품을 따로 알아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릴 녀석은 ‘넥토카리스 프테릭스 (Nectocaris pteryx )’입니다. 이 동물이 처음 발견됐을 때는 화석이 옆으로 눌린 모습이었던 지라 새우 같은 모습으로 복원이 됐었습니다. 그러나 후에 발견된 화석을 통해서 이 녀석은 갑오징어와 같은 모습으로 제 모습을 되찾게 됩니다. 몸길이는 7cm정도로 우리에겐 꼴뚜기와 비슷한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그 당시로서는 그렇게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였습니다. 앗, 방금 우리 앞을 빠르게 헤엄쳐 지나갔는데 혹시 이상한 점 눈치 못 채셨나요? 네, 물을 뿜는 기관인 누두, 몸통의 모습, 모두 우리에게 친숙해 보이지만 다리가 뭔가 이상해 보입니다. 놀랍게도 넥토카리스는 다리가 두 개 밖에 없고, 빨판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저기 저 괴물은 뭐냐고요? 아~ ‘오파비니아 레갈리스(Opabinia regalis)’를 보고, 하신 말씀이셨군요? 눈이 다섯개나 달린 이 생물은 그래도 나름 이 시대에 포식자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생물입니다. 몸 길이도 10cm 정도로 캄브리아기에는 약간 컸다고 볼 수 있을만한 크기였고, 생긴 모습 또한 앞의 동물들과는 다르게 꽤나 날렵하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의 강렬한 인상을 느끼게 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저 기괴한 눈과 저 날카로운 주둥이가 아닐까요? 코끼리 코와 같이 생긴 긴 주둥이 끝에 무시무시한 집게가 달린 모습이 물리면 대단히 아플 것 같습니다. 뭐, 사실 저건 진짜 ‘주둥이’가 아니긴 합니다. 진짜 입은 배면 쪽에 있어 지금은 보이지 않거든요.
캄브리아기에 오파비니아와 같은 무섭고 이상하게 생긴 녀석들도 많지만, 한편으로는 저기 모래 바닥 위에서 무리지어 헤엄치고 있는 ‘밀로쿤밍기아 팽이아오(Myllokunmingia fengjiaoa)’ 같이 귀여운 녀석들도 있답니다. 이 동물은 대단히 의미있는 생물 중 하나입니다. 바로 지그까지 발견된 것 중에 가장 오래된 척추동물이자 물고기 이기 때문입니다. 이 녀석은 중국 쳉장 동물군에서 발견되었는데, 그 보존 상태가 너무 좋아 아가미 사이사이에 들어간 모래알 까지도 관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지름이 2m정도 하는 공간에서 100개체도 넘는 화석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무리 지어 산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참고로 이 녀석의 몸 길이는 3cm정도에 턱이는 무악어류 었습니다.
와~드디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 시대의 하이라이트가 우리 뒤쪽에서 헤엄쳐 오네요. 혹시 아시는 분 있나요? 이름하야, ‘아노말로카리스 카나덴시스(Anomalocaris canadensis)’입니다. 이름의 뜻은 ‘기묘한 새우’로 처음에 발견되었을 때 저기 앞에 동그랗게 말려 있는 더듬이(?) 밖에 발견되지 않아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 녀석의 몸길이는 50cm에서 최대 1m까지로 보는 학자가 있을 정도로 당시 생물들 중에 단연 독보적인 크기였습니다. 물론 우리의 관점으로는 마트에 진열돼 있는 고등어나 삼치와 별반 다를 것 없는 크기긴 하지만요. 그래도 압도적인 크기와 섬세하게 발달한 겹눈, 가오리처럼 헤엄치며 달려드는 모습을 상상한다면 과연 ‘괴물’이란 이름이 걸맞는 녀석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어떤 과학자들은 위에서 설명한 올레노이데스의 화석 중 한 입 베어 먹힌 화석이 있는데, 그게 바로 아노말로카리스의 포식 흔적이라고 보기도 한답니다.
사실 이건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일환으로 나타난 수많은 생물들 중 몇 가지에 불과합니다. 수십, 수백종에 달하는 생물들이 훨씬 많이 남아있죠.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지 않나요? 분명 제가 ‘캄브리아기 대폭발’ 에 대해 처음 소개드릴 때 ‘이전 시대까지는 없던 수많은 생물들이 갑자기 나타났다’ 라고 했었죠?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전에 없던 이렇게 다양한 생물들이 갑자기 등장하게 된 걸까요? 도대체 왜 캄브리아기 이전도 이후도 아니라 왜 하필 캄브리아기 인 것일까요? 지금부터 이 질문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 뜯어보기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원인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우리가 어떤 내용들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간략히 예기하고 가도록 보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당연한 예기지만, 특히 생물학과 지구과학은 물리나 수학처럼 불변의 진리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열심히 배웠던 유전법칙 같은 것이 있긴 하지만 이것이 자연에 나타날 때는 뭔 이상하고 상상도 못 할 일들이 벌어지면서 마구 뒤섞여 버리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따라서 이렇게 매우 변화무쌍하고 정해져 있는 답과 불변의 진리와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학문의 경우 한 가지 원인 만이 아닌 여러 원인에서 여러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유연한 사고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사고를 가지고 캄브리아기 대폭발을 분석할 때 고려할 요소에는 환경적, 생물학적 등 여러 시각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요소들이 한 가지 때문 만이 아닌 복합적으로 얽혀서 이런 신비한 일을 이룩했다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과점 – 환경적인 측면과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합시다.
환경의 변화와 캄브리아기 대폭발
우선 먼저 살펴볼 것은 환경의 변화입니다. 생명체가 (그리고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데는 환경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아주 쉬운 예시를 몇 개 든다면, 겨울과 여름에 따라 털갈이를 하며 서로 다른 온도에 적응하는 여우나 먹이가 풍부한 지역에서 더 커진 동물들의 모습이 있겠지요. 이는 자연선택이 잘 보여주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바로 이 시기, 캄브리아기로 넘어가는 시기에 대체 어떤 환경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요? 물론 다양한 설이 있겠지만 그 중 몇 가지만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선캄브리아기 전에는 차례로 에디아카라기(Ediacaran period), 크리오스진기(Cryogenian period) 라고 불리는 시대가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중 크리오스진기에는 지구 전체가 빙하기가 되어 두터운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추측하는데, 이를 눈덩이 지구 가설(Snowball Earth Theory) 이라 합니다. 이 후에 에디아카라기에 들어오면서 얼어붙은 지구는 점차 녹아서 따뜻해지게 되는데, 이때 나타난 생물들이 바로 에디아카라 생물군이죠. 이에 대해서는 아마 나중에 이야기하게 될 테지만 우선은 캄브리아기 생물들의 전조격이라고 볼 수 있으면서 확연한 차이를 보여주는 아주 중요한 생물들이라고 해 둡시다.
그리고 이 기나긴 빙하기가 끝난 것의 영향은 보다 온화한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떠내려가는 빙하와 녹은 물이 땅을 풍화시키며 땅에 들어있던 다량의 무기물질이 바다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인, 화 같은 생명체를 구성하는데 아주 중요한 원소에서부터 시작해서 필수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칼슘, 칼륨 등 생물들의 골격, 즉 단단한 껍질, 이빨 같은 부위의 재료가 되는 아주 중요한 성분들이지요. 따라서 이런 성분들이 바다에 다량 풀어짐에 따라 생물들은 새로운 자원을 활용해 다양한 신체구조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입니다.
또한 신원생대 산소화 사건(Neoproterozoic oxygenation event), 혹은 2차 산소 대폭발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도 눈여겨 볼 만한 일입니다. 위에서 소개해 드린 눈덩이 지구 시기가 오기 직전에 지구 대기의 산소 농도가 또 한 번 급격히 증가하게 됐죠. 자연스럽게 눈덩이 지구 시기가 끝나게 되면서 생명활동에 아주 중요한 산소가 기폭제 역할을 하며 더욱 크고, 역동적인 생물들의 탄생에 영향을 주었다고 보게 되는 겁니다. 다만 2차 산소 대폭발에 관해서는 국소적인 영향에 불과했다, 1차 때 만큼 큰 변화를 주지는 못했다고 보기도 합니다.
생물학적인 변화와 캄브리아기 대폭발
그럼 이제 생물학적인 변화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캄브리아기 이전의 생물들이 어떤 형태였는가를 알아야 대체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알 수 있겠지요? 그럼 아주 간단하게 몇 가지만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화면에 보이는 이 생물은 디킨소니아 (Dickinsonia tenuis) 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연체동물인가? 민달팽이? 하는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지만 아주 괴상하고, 동물인지 식물인지조차 알 수 없는 신비에 쌓인 존재랍니다. 좀 전에 언급 드렸던 에디아카라기의 대표적 생물인 이 녀석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에어매트 같다’ 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슨 뜻 이냐 구요? 말 그대로 이 생물의 몸 구조는 에어매트처럼 튜브처럼 생긴 관이 이어 붙어져 있습니다. 게다가 좌우의 관이 서로 연결돼 있지도 않은 비대칭 구조에 그 어떤 소화기관이나 눈도 발견되지 않지요.

그리고 다음에 보이는 이 작은 껍질 화석들은 SSF (Small Shelly Fossils/Fauna) 혹은 ESF (Early Skeletal Fossils) 라고 불리는 화석들입니다. 그 이름 그대로 아주 작은 단단한 골격이나 껍질, 혹은 이빨 이 뿔뿔이 흩어진 체 조각조각 나뉜 화석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이 안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비늘이나 작은 이빨, 혹은 조개 껍데기처럼 수많은 미세 화석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SSF의 신기한 점은 전까지는 전혀 발견되지 않던 이런 단단한 껍질 화석들이 에디아카라기가 끝날 무렵부터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잠시 처음에 소개해 드렸던 캄브리아기의 생물들을 다시 생각해 봅시다. 뭔가 크게 다른 점이 있지 않나요? 맞습니다. 물론 아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단한 골격의 탄생과 눈의 진화일 것입니다. 우선 이 눈의 진화가 아주 중요한데, 눈의 탄생이 캄브리아기 대폭발에 아주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론이 바로 광 스위치 이론입니다. 눈이 있다는 것은 외부의 위협을 감지할 수 있어질 뿐만 아니라 먹이가 어디 있는지도 더욱 효과적으로 알 수 있는 이점을 주지요. 게다가 에디아카라 생물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원래 눈을 가지던 생명체가 없던 상황에서 눈을 가지다는 것은 엄청난 이점을 주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는 캄브리아기의 생물들에게서 직접적으로 확인이 가능한데, 이전 까지만 해도 찾아볼 수 없던 눈이 갑자기 서로 다른 형태로 아노말로카리스, 할루키게니아, 밀로쿤밍기아 등 여러 종들에게서 나타났고, 그 중에서도 놀랍다는 삼엽충의 겹눈은 현재의 곤충과 비교해봐도 손색없을 정도로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눈의 진화는 오로지 ‘눈’ 에만 그 영향이 국한되지 않죠. 자연스레 눈이 생기며 포식과 피식 활동은 더욱 활발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피식자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골격, 가시 등을 만들어내는 한편 포식자들도 그와 동시에 이 방어구를 뚫을만한 이빨, 턱 등을 진화시켰죠. 또한 어떤 종들은 두꺼운 껍질 대신 스피드를 얻는 방향으로 진화해 유선형 몸체나 지느러미를 발달시키기도 했죠. 이렇게 치열한 생존의 좋은 예시가 바로 아래의 삼엽충 화석입니다. 에디아카라기의 화석 중에는 이렇게 포식당한 흔적이 전혀 없습니다. 이는 거의 최초로 확인된 ‘공격받은 흔적’ 인 샘이죠. 우리가 경쟁이 치열할수록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처럼 자연에서도 새로운 무기가 등장함에 따라 훨씬 역동적인 세계, 우리가 아는 현대적인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며
오늘 다들 재밌으셨나요? 위에서 본 것과 같이 캄브리아기 대폭발은 아주 기괴하고 다양한 생명체가 갑자기 등장한 생물 진화의 역사상 가장 흥미로운 사건들 중 하나입니다. 과학자들은 그 원인과 이유를 밝히기 위해 지금도 열심히 새로운 과점을 생각해 보고 기존의 이론들을 서고 복합적으로 연결시켜 보기도 하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이 경이로운 다양성의 폭발과 이것이 우리에게 준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면 아마 우리는 자신들에 미래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럼 다음 역에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투어 되세요!
이승호 학생기자 | Eart Science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첨부 이미지 출처
[11] https://namu.wiki/
[14] https://www.goog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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