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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질서, 카오스(혼돈) 이론

  • 6시간 전
  • 5분 분량

  물리에서는 과거와 현재 물체의 상태를 통해 미래를 예측해 낸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우주의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이 없다. 펜을 공중에 들고, 이후 잡은 손을 놓는 순간, 펜이 그리는 궤적이 정해지듯, 우주는 정해진 대로 흘러가는 것이다. 물리학자는 이미 알려진 법칙들을 통해 미래를 예측해 낸다. 그러나 이처럼 정해진 미래를 알아내는 방식의 물리, 즉 입자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혹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도 있는 법이다. 이를 보완하는 존재가 응집물리이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진다고 생각해 보자. 주사위의 앞면은 어떠한 숫자를 가리킬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직접 던져보았더니 1이 나왔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후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식으로 주사위를 던졌을 때, 또다시 1이 나올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는가?

 

  주사위를 잡은 손의 모양, 각도, 던지는 방향, 세기 등 모든 초기 조건이 같을 경우에는 물론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조건이 정말 미세하게, 조금이라도 바뀌는 순간, 미래는 불확실해진다. 이와 같은 경우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이 ‘카오스’라는 것이다. 미세한 조건까지 완벽히 동일한 상황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우리는 ‘카오스’라는 것을 통제할 수 없다.

 

카오스 이론

  카오스, 혹은 혼돈 이론이라 불리우는 이 이론은 역학과 수학에서 결정론적 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시스템에서 겉보기에 무작위적이거나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연구하는 이론을 의미한다. 물리 법칙의 발달로 여러 자연 현상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졌음에도,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양상을 보이는 다양한 시스템들이 연구되어 왔다. 이러한 시스템들은 공통적으로 그 초기 조건과 작동 방식에 대하여 매우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나비 효과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다들 ‘나비 효과’라는 단어를 한 번씩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과 같은 미세한 변화가 예상치 못한 거대한 결과로 이어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겉보기에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나 결정이 어떻게 큰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나비 효과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처음 제시한, 혼돈 이론의 핵심적인 개념이다. 로렌츠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재직 시절, 기상 패턴 시뮬레이션 모델을 테스트하던 중, 나비 효과라 불리우는 현상을 처음 발견한다. 그는 시뮬레이션에 매우 작은 변화를 주어 이가 완전히 다른 새로운 기상 시뮬레이션을 이끌어냄을 확인한다. 이후, 그는 1963년 “결정론적 비주기 흐름”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에 대해 다루고, 이후 여러 강연을 통해 그의 발견을 소개한다. 즉, 나비 효과라는 것은 초기 조건에 대한 작은 변화가 하나의 큰 시스템에 미치는 커다란 영향을 이야기하는 개념인 것이다. 

 

  그러나 이후, 로렌츠는 모든 혼돈 현상은 한계 내에서만 변화할 수 있음을 밝혀내었고, 가열된 기체의 운동을 나타내는 방정식에 대한 다양한 해를 구하여, 나비의 날개를 닮은 두 개의 연결된 타원형 도형을 도출해 낸다. 이는 현재 로렌츠 어트랙터로 알려져 있다.


로렌츠 어트랙터 그래프 로렌츠는 가열된 기체의 운동을 나타내는 방정식의 해를 그래프로 표시하여 자신의 이름을 딴 그래프를 만들었다.
로렌츠 어트랙터 그래프 로렌츠는 가열된 기체의 운동을 나타내는 방정식의 해를 그래프로 표시하여 자신의 이름을 딴 그래프를 만들었다.

복잡계

  복잡계란 수많은 구성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전체적으로는 새로운 성질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때 각 구성 요소는 단순한 법칙을 따르지만, 그들이 모여 작용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집단적 행동이 나타난다. 그 결과, 복잡계는 부분의 합을 넘어서는 전체의 성질을 갖는다.

 

  예를 들어 개미 한 마리는 단순한 행동 규칙만 가지고 있다. 그러나 수천 마리의 개미가 모이면, 먹이를 찾고, 길을 만들고, 둥지를 짓는 자기조직화 현상이 나타난다. 아무도 전체를 지휘하지 않지만, 시스템은 스스로 질서를 형성한다. 이가 바로 복잡계의 핵심이다.

 

  물리학은 오랫동안 세상을 분해하고, 각각의 법칙을 찾는 데 집중해왔다. 입자물리는 원자, 전자, 쿼크 등 가장 작은 구성 단위의 법칙을 설명하는 학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시적 법칙만으로는 전체의 거동을 설명하기 어렵다. 입자 하나의 운동은 계산할 수 있지만, 수십억 개가 모여 움직이는 물질의 집단적 특성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응집물리학이다. 이 분야에서는 전자나 원자가 모여 나타내는 ‘새로운 성질’을 연구한다. 초전도, 자기 현상, 액체 결정, 패턴 형성 등은 모두 복잡계의 예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복잡계의 성질이 개별 입자의 법칙으로부터 단순히 유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다”라는 것이다.

 

이중 진자

  혼돈 이론을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있다. 바로 ‘이중 진자’이다. 이중 진자는 하나의 진자 끝에 또 다른 진자를 연결한 구조로, 그 단순함에 비해 물리적으로 매우 복잡한 거동을 보이는 시스템 중 하나이다.

 

  이중 진자는 두 개의 막대기, 혹은 실과 두 개의 추로 구성된다. 첫 번째 추는 고정된 축에 연결되어 있고, 두 번째 추는 그 끝에 매달려 있다. 두 진자는 중력에 의해 흔들리며, 각 추의 위치는 시간에 따라 변한다.


이중 진자 이중 진자의 운동을 보여준다.
이중 진자 이중 진자의 운동을 보여준다.

  이 시스템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두 개의 각도(θ₁, θ₂)와 각속도(ω₁, ω₂)가 얽힌 4차원 비선형 미분방정식으로 기술된다. 이 방정식은 해석적으로 풀 수 없으며, 오직 수치 계산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만 해답을 얻을 수 있다. 이가 바로 이중 진자가 단순한 진자의 연장선이 아닌, 혼돈적 거동을 보이는 이유다. 실험 초기에는 부드러운 궤적을 보이며 흔들리나, 시간이 지나며 궤적은 점점 복잡해지고, 예측하기에 어려워진다. 아주 작은 각도의 차이만으로도 진자의 움직임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즉, 초기 조건의 미세한 차이가 전체 시스템의 거동을 완전히 바꾸는 전형적인 혼동 현상인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혼돈 현상들의 공통점처럼, 이중 진자의 특징은 초기 조건 민감성이다. 처음에 1도만 다른 각도로 진자를 놓더라도 몇 초 후에는 두 진자의 움직임이 완전히 달라진다. 두 궤적은 마치 서로를 흉내 내듯 잠시 비슷하게 움직이다가, 이내 전혀 다른 경로로 분기한다.


매우 유사한 두 초기 조건에서 이중 진자의 운동을 나타낸다.
매우 유사한 두 초기 조건에서 이중 진자의 운동을 나타낸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중 진자의 운동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하면, 마치 무작위적으로 움직이는 듯 보였던 것이 실제로는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임을 반복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무작위가 아니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결정론적 혼돈’이라 불리우는데, 이중 진자는 명확한 물리 법칙에 따라 움직이지만, 그 결과는 사실상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중 진자는 앞서 살펴본 로렌츠 어트랙터와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로렌츠 어트랙터는 세 개의 미분방정식으로 표현되는 기류의 단순 모델이지만, 그 해는 절대 반복되지 않고, 이 역시 ‘결정론적 혼돈’의 대표적 예시다. 이중 진자의 운동 역시 그 어트랙터 상에서 복잡한 궤적을 그린다. 즉, 시스템은 완전히 무질서하지 않으며, 특정 공간 내에서만 운동을 반복한다. 이를 ‘이상 어트랙터’라고 부른다. 혼돈 속에도 일정한 한계와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혼돈, 그리고 질서

  혼돈 이론은 단지 진자나 날씨의 문제가 아니다. 지구의 기후 변화,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 심지어 인간의 뇌파 활동까지도 혼돈의 영향을 받는다. 이론적으로 완벽히 같은 조건을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상은 근본적으로 완벽히 예측할 수 없는 복잡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 불확실성 속에서도 패턴을 찾아내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카오스적 데이터를 학습하여 일정 수준의 예측을 시도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오늘날, 기상청과 NASA는 딥러닝 기반 기후 모델, DeepMind의 GraphCast, NVIDIA의 FourCastNet 등을 이용해 기압, 온도, 습도, 해류와 같이 복잡하게 얽힌 비선형 데이터를 학습시킨다. 이 모델들은 단기적으로는 인간 전문가보다 더 정밀한 예측을 내놓으며, 카오스적 시스템이 완전히 무질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즉, "완벽한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유의미한 경향은 포착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혼돈 이론은 단순히 “예측 불가능하다”라는 비관적인 메시지를 담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복잡한 세상 속에서도 숨은 질서와 규칙을 이해하려는 과학의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가 과거에 질서와 규칙으로만 세상을 바라봤다면, 카오스이론은 그 틀을 깨뜨리며 “혼돈조차 하나의 질서일 수 있다”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자연은 결코 완벽히 균일하거나 단순하지 않다. 별의 탄생에서부터 기후의 순환, 생명의 진화, 인간의 사고 과정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복잡하고 비선형적이다. 이 복잡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우주가 스스로 질서를 창조하는 방식이다. 이중 진자의 불규칙한 춤을 바라보면, 혼돈 속에서도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신예서 학생기자 | Physics | 지식더하기


참고자료

[1] Chaos theory | Definition, Examples, & Facts | Britannica

[2] 김상욱, 『떨림과 울림』, 동아시아


첨부 이미지 출처

[1] Chaos theory | Definition, Examples, & Facts | Britannica

[2] 충남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

[3] https://blog.naver.com/ljhdoc/30085725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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