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약인가 독인가
- 편집팀
- 2월 16일
- 5분 분량
출근길과 등교길에 커피 한 잔을 들고 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오랜 시간 동안 커피를 즐겨 마셔왔지만 커피는 또한 건강에 해로운 음료로 여겨져 왔다. 특히 1980~1990년대의 연구들은 커피가 심혈관 질환과 같은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새로운 연구들이 이어지며 커피의 건강 효과에 대한 인식도 크게 변화하였다.

카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항정신성 물질이자 커피의 핵심 성분이다. 하지만 카페인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암 역학 교수이자 ‘국제 암 연구 기관(IARC)’에서 일했던 마크 건터에 따르면, 초기 연구들에서는 커피의 부정적인 영향이 강조되었으나, 최근에는 수십 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들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가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최신 연구들은 어떤 결론을 내리고 있을까? 커피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음료일까, 아니면 주의가 필요한 물질일까?
일상의 활력, 커피
2017년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의 마크 건터 교수는 16년에 걸쳐 50만 명 이상의 유럽인을 대상으로 커피 섭취와 건강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놀랍게도 커피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심장병, 뇌졸중, 심지어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다양한 연구들에서도 일관되게 발견되어, 커피의 건강 효능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또한 건터 교수는 하루에 커피를 4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들이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특정 질병 발생 위험이 낮다는 점을 여러 관찰 연구를 통해 확인하였다. 이때 특히 주목할 점은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흡연을 하거나 건강에 해로운 식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심장병과 암 발생률이 낮았다는 점에서, 커피가 해로운 행동의 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시 말해, 커피가 지닌 항산화 물질이나 기타 유익한 성분들이 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생활 습관의 위험 요소를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은 디카페인은 어떨까? 연구에 따르면, 디카페인 커피에도 일반 커피와 비슷한 양의 항산화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건터 교수 역시 연구에서 카페인이 들어간 커피를 마신 사람과 디카페인 커피를 마신 사람 간에 건강상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커피와 관련된 건강 혜택이 카페인보다는 커피의 다른 성분들, 특히 항산화 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우리는 커피를 통해 피로를 날리기도 하고, 일상 속의 여유를 찾기도 한다. 연구 결과들이 커피의 다양한 건강 혜택을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커피는 단순히 우리에게 활력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건강과 연관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에 좋은가, 나쁜가? 커피에 대한 혼재된 시각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밝히기 위해 이루어진 연구들은 대부분 대규모 인구 기반 분석에 의존한다. 이는 커피 섭취와 건강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긴 하지만, 커피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과 관계를 확립해 주지는 못한다.
브리스톨대학의 피터 로저스 교수는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건강 상태가 더 좋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는 커피가 아닌 건강한 체질 자체가 좋은 결과를 낳았을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기본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해로운 생활 습관에도 불구하고 건강할 수 있기 때문에, 커피와 건강 사이에 긍정적 상관관계가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로저스 교수는 “커피에 보호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며, 인구 기반 분석만으로 커피의 유익함을 확신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후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를 마시는 것이 혈당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고자 영국 바스대학의 ‘영양 운동 및 신진대사 센터’는 소규모 실험을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커피를 마시면 아침 식사에 대한 혈당 반응이 증가하였다. 특히 커피를 마신 후 단 음료를 섭취했을 때 혈당 수치가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 때보다 50% 더 높아졌다. 이는 커피가 혈당 조절에 일시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혈당 변화는 장기적으로 반복되어야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으며, 실험실 조건에서 진행된 연구 결과가 일상 생활에서 동일하게 적용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따른다.
혈압과 관련해서도 커피는 논란의 대상이다.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들은 혈압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로저스 교수는 커피 섭취로 인한 혈압 상승이 실제로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한다.
결과적으로 인구 기반 연구와 실험실 연구 모두 커피의 건강 효과에 대해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한다. 커피가 건강에 이로운지, 해로운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커피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적절한 섭취와 더불어 각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피와 유산 위험
우리는 흔히 임산부에게 커피는 좋지 않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임신 중 커피 섭취에 관한 논란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많은 임산부가 카페인 섭취를 조절하려 노력하지만, 연구 결과와 권장 지침은 일관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2022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임신 전과 임신 중의 커피 섭취와 유산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지만, 이 연구는 인구 기반 분석을 사용하였다. 즉, 정확한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카페인과 유산의 관계를 정확히 규명하지 못한 채, 흡연 등 다른 요인이 개입하여 유산을 일으킬 가능성을 제기하였다.

380건의 연구를 검토한 EF 마이어스 컨설팅의 CEO 에스더 마이어스는 성인의 경우 하루 4잔, 임산부는 3잔까지의 커피 섭취가 부작용 없이 안전하다고 보고한다. 그러나, 영국 식품기준청은 임산부 및 모유 수유 중인 여성에게 하루 1~2잔 이하로 커피를 제한할 것을 권고하며, 일부 연구는 유산, 저체중아 출산, 사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임산부가 커피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이자 임신 관련 권장 사항을 다룬 책 ‘Expecting Better’의 저자 에밀리 오스터는 임신 중 커피와 관련된 지침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특히 사람들이 임신 초기 3개월 동안 카페인 섭취가 유산과 관련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지만, 이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고, 인구 기반 분석만으로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말한다. 오스터는 "임신 중 커피를 마시는 여성은 나이가 좀 더 많거나 흡연할 가능성이 높다"며, 나이와 흡연이 유산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일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한편, 임신 초기 입덧을 겪는 여성들이 유산 위험이 낮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또 다른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입덧을 겪는 동안은 커피에 대한 기호가 떨어질 수 있고, 이는 마치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유산 위험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간접적이고 복잡한 요인들이 개입하면서, 임신 중 커피 섭취와 유산 위험 간의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카폐인 중독
커피는 단순히 각성 효과를 넘어 우리의 두뇌와 신경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향정신성 약물이다.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은 인지 능력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사람마다 카페인에 대한 반응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커피를 마셔도 문제가 없는 반면, 다른 사람은 커피 한 잔에도 불안해하거나 신경이 예민해지기도 한다.
흥미롭게도, 매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는 카페인의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브리스톨대학의 피터 로저스 교수에 따르면, 카페인을 꾸준히 섭취하면 신체는 이에 적응하며 내성을 형성하기 때문에 커피가 집중력이나 작업 효율을 계속해서 증가시키지 않는 것이다. 처음 커피를 마셨을 때의 각성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지고, 꾸준히 섭취해야만 일정한 각성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즉, 카페인 효과를 잘 볼 수 있는 사람은 오히려 평소에 카페인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농담처럼 “커피에 중독됐다”고 표현하지만, 로저스 교수는 이를 엄밀히는 ‘의존’이라고 설명한다. 중독은 특정 약물을 확보해야 한다는 강박과 필사적인 욕구를 동반하지만, 커피는 그런 강박보다는 일상적인 습관이나 피곤함을 막기 위한 일종의 의존 상태에 가깝다. 의존 상태에서는 일시적으로 카페인이 없어도 큰 문제는 없지만, 커피를 끊으면 피로감이나 두통 같은 금단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금단 증상은 대개 커피를 얼마나 오랫동안 마셔왔느냐에 따라 3일에서 일주일 정도 지속될 수 있으며, 이를 완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소량의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다. 로저스 교수는 카페인을 끊고 싶다면 천천히 줄여가는 방식이 좋다고 조언하였다.
김은성 학생기자 | Chemistry&Biology | 지식 더하기
참고자료
[1]‘커피가 건강에 좋을 수 있는 이유’(기사) https://www.bbc.com/korean/articles/
[2] Gunter, M. J., et al. "Coffee Drinking and Mortality in 10 European Countries: A Cohort Study."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17. (논문) https://pmc.ncbi.nlm.nih.gov/articles/
[3] ARC Working Group on the Evaluation of Carcinogenic Risks to Humans. "Drinking Coffee, Mate, and Very Hot Beverages." IARC Monographs on the Evaluation of Carcinogenic Risks to Humans, Volume 116, 2016. (논문) https://monographs.iarc.who.int/
첨부한 이미지 출처
[1] 커피를 하루에 4잔 마시는 게 좋은 과학적 이유 (기사) https://www.huffingtonpost.kr/
[2] 한 잔의 여유, 하지만 한 잔으로 몸을 망치는 커피 습관? (기사) https://ygosunews.com/
[3] 5 Top tips for a healthy pregnancy(기사) https://www.hellomagazi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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